조정석이 여름 극장가 제일 핫한 배우로 떠올랐다. 영화 '파일럿'(7월 31일)과 '행복의 나라'(8월 14일)가 동시기 개봉을 확정하면서 약 보름 간격으로 관객들을 연달아 찾아온다.
여름 시즌은 1년 중에서 극장가 최고 대목으로 꼽힌다. 보통 엄청난 제작비와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작 텐트폴(흥행이 기대되는 상업영화)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주연급 배우가 2편의 영화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조정석의 경우는 지난해 연말 안타깝게 사망한 고(故) 이선균의 유작('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행복의 나라')이 한 꺼번에 몰리면서 2편을 내놓게 됐다.
조정석의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고 두 배로 홍보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60여 개가 넘는 매체 인터뷰를 2번씩 하고, 이 외에도 유튜브 채널 '짠한형' '살롱드립2' '아이유의 팔레트' '문명특급',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 '유퀴즈' 재출격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영화 개봉 직후에는 전국 극장을 돌면서 무대인사도 예정돼 있다.
특히 주연작이 겹치면 작품 속 캐릭터까지 혼동될 수 있는데, '파일럿'과 '행복의 나라'는 장르, 캐릭터, 연기톤 등 180도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서로 다른 인물을 훌륭하게 소화한 조정석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관전 포인트다.
'파일럿'(감독 김한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쏠레어파트너스(유),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쇼트케이크·무비락)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 분)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 작품이다.
조정석은 여동생의 신분을 빌려 항공사에 몰래 취업한 한정우를 맡았는데, 파격적인 여장을 감행했다. 철저한 체중 조절을 바탕으로 높은 힐, 치마, 메이크업이 더해졌다. 외모에서 그치지 않고 하이톤의 목소리, 몸짓과 제스처를 연구해 완성했다. 여장한 조정석에 대해 '박보영 닮은꼴'이라는 평도 나온 것. 그야말로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원톱 하드캐리를 펼쳤다.
이에 힘입어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을 앞둔 28일 '데드풀과 울버린'을 꺾으면서 전체 영화 예매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제공배급 NEW, 제작 파파스필름·오스카10스튜디오)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故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인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사태 사이, 우리가 몰랐던 역사상 최악의 정치 재판, 이른바 '쪽지 재판'을 다룬다.
조정석은 극 중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를 연기했다. 당시의 재판 기록들과 재판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역할이다. 대부분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는데, 정인후만 감독의 상상력으로 창작됐다.
정인후는 상관의 명령에 따른 뒤, 대통령 시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태주를 살리려고 인생을 걸고 고군분투한다. "살 사람은 살려내야 되지 않습니까?" "이럴 거면 재판을 왜 하는 겁니까?"라며 분노하는 장면이 예고돼 '뜨거운 불' 같은 조정석의 모습이 기대되고 있다.
2019년 '엑시트'(940만명)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조정석, 극과 극의 캐릭터가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어떤 흥행 성적표를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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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각 영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