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에 출연한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스승의 이야기를 하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7월 28일 방송된 TV CHOSUN '거인의 어깨 – 인생을 빌려드립니다'에서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출연해 20년전 스승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대학 시절 '이철규 열사 사망사건'을 목격한 교수는 억울한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당시 그는 "의사가 살아있는 사람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도 의사가 있어야 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이호 교수는 직업을 선택한 데 도움을 준 책을 언급하며 "당시 ‘껍데기를 벗고서’라는 책을 읽었다. 직업 선택의 열 가지의 교훈을 보면 '왕관이 아닌 단두대가 있는 길로 가라'라는 문구가 있다. 그래서 단두대가 있는 길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의과대학의 선후배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후배한테 밥을 얻어먹으면 국가고시 떨어진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밝힌 이호 교수는 "선배가 무조건 밥을 사는 문화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문화 때문에 책 값을 가지고 부모님과 교묘한 거래가 이루어 진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밥값을 얻기 위해 책값으로 용돈을 충당했던 교수는 "4학년 쯤 되면, 병원 실습 때 청진기를 사야 한다며 돈을 받곤 했다"며 또 다른 비법을 전했다. 결국 갖고 있는 청진기는 하나였지만, 당시 어머니께서 “그 많은 청진기는 다 어떻게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해 웃음을 유발했다.
또, 이호 교수는 20년 전 스승이었던 김상호 교수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북대학교에 법의학 교실에 개설될 당시, 교수님을 찾아가 "법의학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상호 교수는 "왜 법의학을 하려고 하냐"고 질문했고, 그는 “죽은 사람들한테는 아무도 관심을 안주더라, 이런 사람을 부검하다보면 질병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상호 교수가 “거참 미친놈 하나 봤네"하며 그를 인정했다고 했다.
이호 교수가 1년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법의학 학회에 혼자 갔던 일이 있었다. 이에 김상호 교수가 불같이 화를 내며 "왜 어디를 가는데 어른한테 말도 없이 갔다 왔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숨겨진 비화가 있었는데 당시 김상호 교수와 잘 알고 지내던 대한민국 1호 법의학자 문국진 교수에게 소개장을 들여보내려 했는데, 이호 교수가 근데 말도 없이 갔다와 버렸던 것이었다.
20년이 지난 후에 왜 혼났는지를 알게 됐던 이호 교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덧붙여 "우리는 눈이 있어서 눈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겨울이어서 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길을 걸을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 있다. 이 은혜를 생각해서 절대 부끄럽지 않은 법의학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chaeyoon1@osen.co.kr
[사진] ‘거인의 어깨’ 방송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