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약체? 우린 '칼' 찌르고 '총' 쏘고 '활'로 끝내...'연장의 민족'이 일낸다 [오! 쎈 IN 파리]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07.29 08: 50

한국의 올림픽 효자 종목들이 건재했다. '연장'을 잘 쓰는 민족답게 '칼'과 '총', '활'로 파리를 울리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대회 이틀차가 끝난 28일 한국은 기대 이상으로 순항하고 있다.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호조의 페이스다. 당초 대회 시작전만 해도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
이번 올림픽 선수단은 역대 한국 최약체라 불리기도 했다.  당초 한국선수단은 구기종목이 여자핸드볼을 제외하고 전멸하는 등 메달 전망이 밝지 않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최대목표를 금메달 5개로 잡았다. 스포츠에서 결과가 전부는 아니지만 역대최악의 성적이 나올 수 있다는 걱정도 많았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파리 올림픽 시작 전까지 한국 대표팀의 최고 성적은 메달이 잘 따야 금메달 5개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전체적인 평가가 좋지 못했다. 그런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틀차만에 무려 3개의 메달을 따내면서 확연히 올라온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최근 들어서 한국 올림픽의 효자 종목이 되고 있는 '사격'과 '펜싱', '양궁'이다. 한국 전통의 효자 종목으로 불리던 레슬링이나 다른 종목들이 침체되면서 새롭게 효자 종목들로 자리 잡은 종목들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 종목들이 한국의 초반 메달 사냥을 주도하고 있다.
먼저 시작을 알린 것은 '총성'이었다. 박하준(24)-금지현(24)은 27일 대회 1일차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 결승전에서 중국 대표팀 성리하오-황위팅 조와 겨뤄 12-16으로 패배했지만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번째 메달이었다.
금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충분히 값진 성과였다. 애초 이 종목에는 박하준과 ‘여고생’ 사격수 반효진(17, 대구체고)가 한 조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회 직전 컨디션이 좋았던 금지현으로 파트너가 바뀌었다. 짧은 시간 호흡을 맞춰 올림픽 메달이란 값진 성과를 냈다. 박하준과 금지현은 2022년 월드컵 대회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합작한 바 있다.
질세로 칼이 '금맥'을 찔렀다.  오상욱(28, 대전광역시청)이 27일 프랑스 그랑팔레 펜싱장에서 개최된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특유의 스텝과 롱 런지를 통해서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세계 랭킹 13위)를 15-11로 꺾고 한국에게금메달을 선사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금메달이다. 오상욱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선수권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까지 제패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또한 한국 펜싱 역사상 첫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이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은 도쿄에서 김정환(은퇴)이 따냈던 동메달이었다. 남자 펜싱 전체로 봐도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박상영(에페) 이후 처음이다.
금메달을 차지한 오상욱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서 "사실 메달을 따기 전까지 몰랐다. 따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더라"라면서 "첫 금메달만큼이나 그랜드 슬램을 했다는 의미도 크다. 이번 메달이 나에게 엄청난 영광을 안겨주는 것 같다"라고 활짝 웃었다.
오상욱은 단체전도 앞두고 있다. 오상욱과 구본길, 박성원이 나서는 한국 남자 사브르는 세계 랭킹 1위로 대회 4연패를 노리고 있다. 그는 "개인전은 어디까지나 나에게 홀로서기를 한 것이라 딱히 감동이 떨어진다. 역시 단체전이 더 재밌다. 형들이랑 동생들과 함께 이겨내고 채워주는 맛이 있어서 더 좋다. 유력한 우승 후보이기에 더 잘하겠다"고 미소를 보였다.
2일차는 총성이 다시 울렸다. 오예진(19, IBK사격단)과 김예지(32, 임실군청)는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나란히 1,2위를 기록하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다. 243.2점을 쏜 오예진은 올림픽 신기록까지 작성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241.3점의 김예지는 간발의 차이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전통의 효자 종목이던 사격은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충격의 노메달로 자존심이 구겨졌다. 절치부심해서 돌아온 올림픽에서는 모든 것을 기우로 바꿨다. 벌써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한국사격은 도쿄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를 깨끗하게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마무리는 활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2일차인 28일 한국 양궁이 다시 해냈다.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대표팀은 28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서 중국(안치쉬안, 리지아만, 양사오레이) 상대로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승리하면서 대회 10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9회 연속으로 단체전 금매달을 차지했다.번 대회에서도 최정예 멤버로 단체전 10연패 달성을 위해 전력 투구에 나서 그대로 8강서 대만, 4강서 네덜란드, 결승서 중국을 잡아내면서 10연패를 달성했다.
쉽지 않은 숭부였다. 4강전 네덜란드 상대로도 슛오프 접전 끝에 5-4로 올라왔던 한국은 결승전 4-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서, 3세트와 4세트 경기에서 전훈영을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들이 흔들리면서 그대로 동점을 허용했다. 슛오프로 승부가 갈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3명의 선수가 29점을 쏘면서 중국을 제치고 대회 10연패를 매조지었다.
칼로 시작해서 총으로 쏘고 활까지 더해서 금메달 3개를 획득했다. 여기에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종목들에서 충분히 추가 메달이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을 포함해서 양궁도 남자 단체전과 개인전, 여자 개인전과 혼합 복식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활과 칼, 총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한국 대표팀. 과연 이번 올림픽서 연장의 민족이 얼마나 더 많은 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사진] 파리(프랑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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