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독 토사구팽' 인도 양궁, 1라운드 광탈...'충격' 4점으로 자멸했다[파리올림픽]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7.29 11: 02

인과응보다. 백웅기 감독을 프랑스 현지에서 경질한 인도 양궁 대표팀이 여자 단체전에서 시작하자마자 탈락했다.
인도 여자 양궁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0-6(51-52, 49-54, 48-53)으로 완패했다. 
인도 대표팀은 1세트를 한 점 차로 밀리며 시작했고, 2세트에선 6점을 두 발이나 쏘면서 크게 흔들렸다. 3세트에선 첫 화살부터 4점을 쏘면서 자멸했다. 결국 인도 대표팀은 1점도 따내지 못하면서 대회 첫 경기에서 무릎 꿇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개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기보배(좌)와 백웅기 감독(우) /jpnews@osen.co.kr
어찌 보면 예견된 실패였다. 인도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눈앞에 두고 백웅기 감독을 황당 경질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는 파리에서 올림픽 경기장·선수촌 출입 신분증인 AD 카드 발급을 기다리던 중 인도올림픽위원회(IOA)로부터 귀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개막 직전 벌어진 촌극.
IOA는 백웅기 감독에게 AD 카드가 부족하니 인도로 귀국하라고 통보했다. 백웅기 감독과 코치 4명을 포함해 총 5명이 파리로 향했지만, AD 카드는 4장밖에 안 됐다는 것. 여기서 인도양궁협회(AAI)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 나머지 코치들에게 현장 지도를 맡기기로 택했다.
사실상 경질 통보나 다름없는 일 처리다. 백웅기 감독은 오는 8월 30일까지가 AAI와 계약 기간이었다. 하지만 본 무대인 파리 올림픽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쫓겨나면서 어이없게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개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기보배(좌)와 백웅기 감독(우) /jpnews@osen.co.kr
백웅기 감독은 당연히 분노하고 나섰다. 그는 'PTI'와 인터뷰에서 "난 파리 올림픽 준비 계약을 한 감독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올림픽 감독직에서 제외됐다. 비행기 일정을 보니 내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더라"라며 "모욕적이다. 나는 8월 30일까지 계약이 되어 있고, 올림픽을 목표로 계약했다. 소니팟에 도착해 차분하게 한국 입국 수속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AI와 재계약은 절대 없다는 입장. 백웅기 감독은 "파리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2년간 선수들을 훈련시켜 왔다. 하지만 IOA의 부실하고 성급한 행정으로 제외됐다. 이럴 거면 왜 한국인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돈을 투자했는지 모르겠다. 더 중요한 건 올림픽을 불과 며칠 앞두고 주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올림픽 훈련장이나 경기장 근처에 머물 수가 없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백웅기 감독은 이대로라면 인도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강하다. 만약 인도가 한국과 결승을 치른다면 90%의 확률로 패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감독 자리에 앉아 있다면 한국 선수들도 더 큰 긴장감과 압박을 느낄 것이고, 인도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백웅기 감독은 2년을 함께한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는 "인도 양궁은 12년 만에 남자부 3명과 여자부 3명이 동시에 출전하게 됐다. 메달을 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도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스승으로서 마지막 덕담을 남겼다.
백웅기 감독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수장이 없는 인도 선수들은 4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까지 기록하며 무너졌고, 첫 경기부터 대패했다. 메달은커녕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인도 '더 힌두'는 "인도 여자 양궁대표팀은 올림픽 8강전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쳤다. 인도는 백웅기 감독의 지원 없이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예측할 수 없는 바람도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깜빡이는 눈과 떨리는 손, 화살을 쏘는 데 걸린 오랜 시간에서 알 수 있는 불안감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푸르니마 마하토 여자팀 코치는 선수들이 큰 기대 때문에 떨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들은 바람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지만, 상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매번 같은 변명을 할 순 없다. 우리 선수들은 기대 때문에 긴장했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인도의 백웅기 감독 '토사구팽'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는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코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한 지도자다. 인도에서도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종합 1위(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에 오르는 성과를 냈지만, 파리에서는 팀을 이끌지 못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