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이 ‘아침창’ 하차 후 ‘저녁바람’으로 돌아오게 된 소감을 전했다.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방송센터에서 SBS 러브FM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DJ 김창완과 정한성 PD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는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청취자들을 위한 저녁 음악 프로그램으로, ‘영원한 우리들의 아저씨’ DJ 김창완이 약 4개월 만에 라디오로 복귀하는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22일 첫 방송을 시작해 이제 막 일주일간 진행했다.
앞서 김창완은 23년간 매일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진행했다. 지난 3월 17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이어, 약 4개월 만에 김창완은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로 컴백하게 됐다.
이날 김창완은 새 프로그램 런칭 소감에 대해 “몸만 저녁으로 왔지, 저녁이 어떤 시간인지 모르겠다. 저도 일주일 지나면 대강 감이 잡히지 않을까 했는데, 오프닝도 솔직히 못 쓰겠다. 작가가 ‘오프닝 안주세요?’ 이러고, 정 PD가 문자를 줬다. 오늘 기자간담회를 끝나고 뭔 말씀하는지 모르니까 그거 지나고 나서 쓰겠다고 했다. 지금은 오프닝도 제대로 못쓴다. 좀 지켜봐달라”라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김창완은 파워FM에서 러브FM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이유에 대해 “그게 파워FM에서 러브FM으로 왜 왔는지는 모르겠어요. 같은 건물에 다 있고, 그냥 부스만 따로 있다. 그래서 11층에 오던데 오고 그래서, 저는 실감이 사실 잘 안난다”고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이어 “어제, 그저께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공연을 했다. 거기에서는 FM이 안나오나봐요. 근데 모르겠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사뭇 낯선 동네같더라. 그렇게 낯선 동네에서 공연하는 건 저한테는 참 참담한 경험이기도 했는데, 라디오가 안들리는 곳이 이렇구나.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정한성 PD는 “선생님은 왜 왔는지 모르신다고 하셨느데, 그게 저희의 큰 그림이다. 러브FM에 작년부터 모시는 분들에 공을 들이고, 변화를 주고 있다. 큰 그림을 완성한다는 의미로 저녁시간대에 선생님을 모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브 FM은 좋은 선곡프로그램, 경쟁이 심한 시간대다. 뭔가를 한다고 할때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문자가 몇 천개 올 정도로 폭발력을 가진 사람. 가능하면 우리가 좋아하고 반응을 이끌 분을 저녁에 모시고 오면 어떨까. 그래서 모시고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김창완은 “그럴거면 4개월 전에 말해야지. 그땐 무 자르듯이 잘라놓고는”이라고 핀잔을 놓았고, 이어 ‘아침창’을 하차한 뒤 느꼈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제가 이렇게 불안한 사람인 줄 몰랐다. 애들 분리불안 있다고 하잖아요? 이게 어른이 돼도 있구나 청취자 여러분들도 굉장히 못마땅해했다. 갑자기 이제 ‘김창완 하차’ 이러니까. 근데 저는 그냥 늘상 나오는 소리겠지 했는데 정작 제가 하루이틀 지나면서 그야말로 이런게 분리불안 증세인가, 나는 누구와 떨어져 있는거지.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창완은 ‘아침창’ 하차와 ‘저녁바람’ 런칭 4개월 사이의 근황에 대해 “그 사이에 상당히 바빴다. 몇십년 만에 타 방송국 출연 요청에 응하고, 새 프로그램 제작도 해보고, 공연도 많았고. 이거저거 하면 잊히지 않을까, 스스로 불안증세에 벗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쉽사리 치유되지 않더라 바쁜 와중에서도 더 생각나고. 지난주 돌아와서 일주일 지나니까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다. 시간의 적응이나 저녁 시간의 애청자분들이랑 밀착관계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지만, 일단 엄마가 집에 왔다는 느낌은 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아침창’ 막방 당시 화제의 장면도 언급됐다. 김창완은 “그건 악마의 편집이다. 저는 이를 악물고 안울려고 힐끔힐끔 보면서. 그러고 라이브 끝나고 엎드려있었다. 근데 그런 악마의 편집이 어딨어. 근데 사람들이 안타까우니까 들여다 보신 것 같다. 돌아오니까 좀 사그라드는 것 같다. 안돌아왔으면 이를 박박 갈았을 거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새 프로그램을 제안받았을 때 솔직한 심경은 어땠을까. 김창완은 “다시 이제 프로그램 복귀 통보를 받은 건 한달정도 됐다. 그때는 하여튼 이 일을 하든, 저일을 하든 신바람이 나더라. 사람을 지치게 하는게 기다리게 하는 거, 이거 정말 잔인하구나 생각했다. 100일은 사람 골탕먹였다. 다른 방송국 가더라도 마음이 떠있다. 손님으로 가는거지, 오라니까 가는거지. 발걸음이 떨어져서 가겠어요?”라고 반문하기도.
한편, 당초 기자간담회는 첫방송 날짜인 22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미국 일정을 진행중이던 김창완이 미국 공항 전산망 마비 사태로 인해 귀국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기자간담회가 취소됐다. 첫방 당시 심경을 묻자 김창완은 “아.. 상황이 급박하긴 했다. 사실 제가 갈때 시간을 보니까 집에서 출발해서 딱 20시간 걸리더라. 그 안에 시내 교통상황도 있고, 출국도 있고, 시간도 유동적이고, 연착도 있을 것이고. 정말 허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일단 24시간 지연된 거 때문에 기자회견은 취소가 됐다. 거기서 새벽3시에 숙소를 떠나면서 도착을 못한다는 생각은 일부러 안 했는지, 할 수가 없었는지 안 했다. 그러고 방송국에서 미리 차를 내보내줘서 공항에서는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첫방송은 불참한다는 생각은 안하고 왔다”고 털어놨다. 다만 김창완은 “근데 이런 생각은 하죠. ‘못했으면 어떻게 된 거야?’ 그런 생각은 하는데 상상하기도 싫다. 싫어도 생각은 해봤다. 얼마나 미안할까. 그 뒤로는 생각을 안 해봤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이를 지켜보던 PD의 머릿속에는 어떤 대안이 있었을까. 정한성 PD는 “저희가 소식을 듣고나서 주말에 논의를 했다. 플랜B가 있어야하는데 그게 안되더라, 첫날인데, 전화는 안했지만 대타 MC 요청을 하고 싶었다. 첫 날 중요한 방송에 대타를 해주신다고 해도 심적 부담감이 되겠습니까”라고 속이 탔다고 언급했다.
또한 정 PD는 “다행히 플랜B를 짜기전에 표를 구하셨다고 해서, 속으로는 다만 저희 단톡방에 대타가 금기어인데, ‘잘 다녀오세요~’하면서도 속으로는 천불이 났다. 미국 비행기를 타면 시차도 있고, 체력도 소모되는데 제컨디션을 하는 걸보고 ‘락커는 락커구나’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창완이 SBS 앞에 등장했을 때가 오후 4시라고. 김창완은 “2시간 전 도착하면 여유있지 하고 왔다. 근데 오자마자 스팟 녹음해야지, 광고 녹음 해야지 할일이 태산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본격적으로 저녁 라디오를 진행한지 4개월, 일상에도 변화가 있을까. 김창완은 “제일 많이 바뀐 건, 자전거를 상당히 덜 타고 있다. 전에는 일어나면 일단 자전거부터 탔는데, 아침을 열어주는게 자전거 루틴이었는데. 그건 해야지 했는데 웬걸, 아침잠이 좀 늘었다”며 “다른 것도 시간을 맞춰 나가는 중이다. 제일 애매한건 저녁 시간이 식사 시간이 별로 안좋아서,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아침에 방송할땐 일단 공복에 운동하는 게좋으니까 와서 구내식당와서 밥 먹고 오프닝쓰고 그랬다. 지금은 저녁 루틴이 다 깨져서 그거 적응 중이다. 다른 건 뭐..워낙 일정이 빡빡해서 다른 루틴을 지키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김창완은 ‘김창완에게 라디오는 어떤 즐거움, 어떤 위로가 되는지’라는 질문을 받은 뒤 “이 라디오가 정말 버르장머리 없는 매체 아닙니까”라며 “밥상 머리에도 올라가고, 바쁜 출근 시간에도 걸리적 거린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그렇게 함부로 다가가도 늘 어디서나 환영은 아니더라도 오거나 말거나, 그런 분들 아니냐. 그래서 되게 가족같다. 그런 게 저에게도 따뜻한 기운으로 느껴진다 다른 매체에서 느끼기 힘들다. 드라마도 있고, 공연도 합니다만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많은 분들의 뭐랄까. 정이 느껴진다”고 털어놔 라디오 진행만 47년째인 DJ 김창완의 속내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는 매일 저녁 6시 5분 SBS 러브FM(103.5MHz)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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