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위장공격패-빛나는 은메달' 허미미, "납득 안되지만 할머니 위해 최선" [오!쎈 IN 파리]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07.30 01: 37

"납득이 되지 않지만... 할머니께 말씀 드리고 싶다". 
허미미는 29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에 반칙패를 당했다. 일본계 캐나다 선수인 데구치는 세계선수권 2회 우승에 빛나는 스타. 허미미는 지난 5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데구치를 꺾고 우승한 바 있었지만 이번엔 그 벽을 넘지 못했다.
허미미는 2002년 한국 국적 아버지와 일본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한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처음 도복을 입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일본 중학유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일본 유도 기대주로 성장한 그는 2021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쭉 살아온 할머니가 생전에 남긴 “손녀 미미가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따른 것. 허미미는 경북체육회에 입단했고, 이듬해 2월 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태극문양을 달았다. 한동안 한국·일본 이중국적자였던 그는 작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인이 됐다. 여동생 허미오(20)도 경북체육회에서 현재 선수로 뛰고 있다.
허미미는 독립 운동가의 후손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군위군에서 항일 격문을 붙여 일제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다.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은 허석 선생은 만기 출옥 후 사흘 만에 별세했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허미미는 이미 금맥 기대주였다. 
허미미는 경기 후 "너무 아쉽다. 태극마크 달고 뛰어서 정말 기쁘다. 어린시절 꿈이 이뤄졌다"면서 "정말 아쉽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허미미는 "저도 위장인줄 몰랐다. 납득이 되지 않지만 경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정말 열심히 잘 준비했다. 메달 딴 것 자체로 엄청난 일이다. 정말 기분좋다. 금메달 정말 따고 싶었는데..."라고 전했다. 
관중석의 "미미! 미미!" 응원에 대해서는 "정말 즐거웠다"고 밝게 웃은 뒤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정말 아쉽네요"라며 안타까운 상황을 숨기지 않았다. 
허미미는 "결승까지 갔던 것 자체로 기쁘다. 그동안 유도하면서 열심히 했다고 할머니께 말씀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허미미는 "오늘까지만 기뻐할 것이다.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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