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후예' 허미미 빛나는 은메달, '위장공격 金' 데구치 야유 받았다[오!쎈 IN 파리]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07.30 07: 38

눈물의 은메달이다.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할머니를 위해 싸웠다. 
허미미는 30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반칙패를 당했다.
일본계 캐나다 선수인 데구치는 세계선수권 2회 우승에 빛나는 스타. 허미미는 지난 5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데구치를 꺾고 우승한 바 있었지만 이번엔 그 벽을 넘지 못했다.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7kg 결승 한국 허미미와 캐나다 크리스티안 데구치의 경기가 열렸다.허미미(22, 세계 랭킹 3위)는 크리스티안 데구치(캐나다, 세계 랭킹 1위)에게 골든 스코어 끝에서 연장전서 지도 3개로 반칙패를 당하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경기를 마치고 한국 허미미와 캐나다 데구치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7.29 / dreamer@osen.co.kr

허미미는 2002년 한국 국적 아버지와 일본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한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처음 도복을 입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일본 중학유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일본 유도 기대주로 성장한 그는 2021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쭉 살아온 할머니가 생전에 남긴 “손녀 미미가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따른 것. 허미미는 경북체육회에 입단했고, 이듬해 2월 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태극문양을 달았다. 한동안 한국·일본 이중국적자였던 그는 작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인이 됐다. 여동생 허미오(20)도 경북체육회에서 현재 선수로 뛰고 있다.
허미미는 독립 운동가의 후손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군위군에서 항일 격문을 붙여 일제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다.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은 허석 선생은 만기 출옥 후 사흘 만에 별세했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어린 시절 일본에서 처음 유도를 시작할 때부터 유망한 재능을 과시했던 허미미는 올림픽을 앞둔 지난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9년 만에 우승해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키웠다.
이번 대회에서도 페이스가 아주 좋았다. 2번 시드로 16강부터 경기한 허미미는 팀나 넬슨 레비(10위, 이스라엘)에게 반칙승을 거뒀다. 나란히 지도 2개를 받은 상황에서 골든스코어에 접어들었고, 허미미가 과감한 업어치기를 시도해 상대에게 세 번째 지도를 안겨 승리했다.
8강에서는 천적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를 넘었다. 상대 랭킹은 13위로 허미미보다 한참 아래지만 유독 껄끄러움을 안겨왔다. 상대전적에서 3전 3패라 천적이라 불렸다. 작년과 재작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승전에서 연거푸 패했고,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올림픽은 달랐다. 허미미는 초반부터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라그바토구를 압박했다. 기세에서 이긴 허미미는 상대가 계속 수비하게 만들었고 지도 2개를 안기는 데 성공했다. 라그바토구도 종료 1분 전 배대뒤치기를 구사해 허미미를 넘어뜨렸다.
실점은 면했으나 복부를 가격당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통증을 참아낸 허미미는 종료 15초를 남기고 기습적인 안다리로 절반승을 일궈냈다.
준결승에서는 베테랑인 실바를 뛰어넘었다. 올림픽 금메달이 있는 실바를 맞아 허미미는 순식간에 안다리로 절반을 따냈다. 그러나 판독 결과 취소 판정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위기를 넘긴 실바가 노련하게 응수했다. 허미미도 패기 넘치게 맞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실바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지도를 받았다.
결국 점수 없이 골든스코어에 돌입했다. 허미미가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계속 실바의 도복을 잡고 흔들었다. 이때 업어치기가 제대로 들어갔고, 10초간 굳히기에 성공하면서 절반을 얻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허미미는 결승서도 치열하게 움직였다. 골든 스코어로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치열하게 싸운 성과가 금메달 직전서 외면했다. 
연장 시작 1분48초 만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데구치가 지도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지도 2장을 받은 상황. 하지만 허미미는 2분 35초 만에 지도를 받아 반칙패를 당했다.
하지만 허미미는 자신의 가치를 분명하게 증명했다. 또 한국유도에 귀중한 은메달을 선물했다. 
허미미는 경기 후 "너무 아쉽다. 태극마크 달고 뛰어서 정말 기쁘다. 어린시절 꿈이 이뤄졌다"면서 "정말 아쉽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허미미는 "저도 위장인줄 몰랐다. 납득이 되지 않지만 경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정말 열심히 잘 준비했다. 메달 딴 것 자체로 엄청난 일이다. 정말 기분좋다. 금메달 정말 따고 싶었는데..."라고 전했다. 
관중석의 "미미! 미미!" 응원에 대해서는 "정말 즐거웠다"고 밝게 웃은 뒤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정말 아쉽네요"라며 안타까운 상황을 숨기지 않았다. 
김미정 감독은 "마지막 위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허)미미가 워낙 앉으며 경기를 펼치는 스타일다. 상대가 모션을 크게 쓰면서 움직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계속 일어나면서 경기를 펼쳤는데 마지막에 위장 공격을 인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메달 색깔의 문제지만 모두 기대를 했다. 허미미가 정말 열심히 싸웠다. 지난 5월에 데구치와 붙어 승리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긴장이 컸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올림픽이 처음이지만 부담이 커 보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를 마치고 데구치는 승리를 거뒀지만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샹드마르스 경기장에 모인 팬들도 데구치의 금메달에 의구심을 보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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