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오래 야구하고 싶어했는데…부상 앞에 장사 없다, 한화 떠난 산체스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7.30 07: 40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작별한 좌완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7)가 아쉬움 속에 한국을 떠났다. 직구 평균 시속 150km 좌완을 떠나보낸 한화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한화는 지난 28일 잠실 LG전을 마친 뒤 산체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6주 최대 10만 달러에 계약한 우완 투수 라이언 와이스와 정식 계약 발표했다. 연봉 21만 달러, 옵션 5만 달러 등 총액 26만 달러 조건으로 남은 시즌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화 구단은 ‘부상으로 빠진 산체스의 복귀 시점을 기다리기보다 와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KBO에 산체스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와이스와 정식 계약은 발표는 절차상 6주 계약이 끝나고 이뤄졌지만 산체스는 지난 15일 이미 미국으로 돌아갔다. 앞서 14일 LG와의 홈경기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사복을 입고 찾아와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1년 2개월 한국 생활을 마무리했다. 평소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이날은 복잡 미묘한 표정이었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4.05.03 / dreamer@osen.co.kr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4.06.13 / jpnews@osen.co.kr

산체스는 지난 5월16일 대전 NC전에서 3회 투구 중 왼쪽 팔꿈치 통증을 느껴 자진 강판했다. 이후 3주간 회복 과정을 거쳐 돌아왔지만 복귀 두 번째 경기인 6월13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다시 팔꿈치에 불편감을 호소하며 이탈했다. 팔꿈치 후방충돌증후군에 의한 통증으로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으면서 공백 기간이 길어졌다. 
6월17일 와이스를 일시 대체 선수로 빠르게 영입한 한화는 산체스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1997년생으로 나이가 젊고, 직구 평균 시속 150km를 던지는 좌완 강속구 투수라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올해 체인지업 구종 가치 상승으로 투구 레퍼토리도 다양해져 발전 가능성이 높은 편이었다. 실제로 부상 전까지 시즌 첫 8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68로 이 부문 리그 4위에 올랐다. 43⅔이닝 동안 삼진 52개를 잡아낼 만큼 구위가 좋았다. 류현진이 흔들리던 5월초까지 한화의 실질적인 1선발이었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4.03.09 / dreamer@osen.co.kr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4.06.13 / jpnews@osen.co.kr
그러나 부상 전후로 피칭 퀄리티가 떨어졌고, 팔꿈치 통증 재발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와이스와 6주 계약이 끝나면 건강한 산체스가 돌아오는 게 한화의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산체스도 답답한 마음에 미국으로 돌아가 재활을 하기로 했고, 결국 와이스의 6주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팀을 떠났다. 그 사이 와이스가 기대 이상 호투로 입지를 다지면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산체스는 지난해 4월말 한화와 계약하며 한국에 왔다. 개막전에서 어깨 통증으로 2⅔이닝 만에 끝난 버치 스미스의 대체 선수로 한화가 급하게 데려왔다. 커리어는 화려하지 않지만 1997년생 젊은 투수로 한국에서 성공하고 싶은 동기 부여가 컸다. 산체스는 “한국에서 1년만 하고 돌아갈 생각없다. 2~3년 앞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한국에서 오랫동안 야구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5월 중순 데뷔한 산체스는 첫 9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로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빠른 템포의 공격적인 투구가 통했다. 한화의 승리 요정으로 떠오르며 스미스 악몽을 빠르게 지웠다. 그러나 직구-슬라이더 투피치가 분석되면서 후반기 들어 공략을 당했고, 시즌 최종 성적은 24경기(126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3.79 탈삼진 99개로 애매했다. 하지만 한화는 산체스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총액 7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5.17 / dreamer@osen.co.kr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7.01 / foto0307@osen.co.kr
두 번째 시즌 시작은 순조로웠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웬만큼 잘하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면 장기 부상 앞에 장사가 없다. 올해부터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가 생겼지만 6주 이상 걸리는 부상이라면 마냥 기다릴 여유가 없다. 2년 연속 성적을 내기 위해 시즌 중 감독을 바꾼 한화 팀 사정상 더욱 그랬다. 
산체스는 ‘이글스TV’를 통해 “경기 중 팔꿈치 부상을 입어 재활을 해왔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잘 안 돼 팀을 떠나게 됐다. 팬여러분과 팀 동료들, 응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난 항상 한화 이글스일 것이고, 내년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어 산체스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을 열어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팬분들께 한마디 더 말씀드리면 늘 그랬던 것처럼 긍정적인 마음으로 팀에 열성과 헌신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팀도 머지않아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한 번 더 몸 상태를 점검하고, 몸을 잘 회복해 윈터리그에서 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윈터리그를 통해 우리 팀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 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나를 신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4.03.09 / dreamer@osen.co.kr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4.05.03 / dreamer@osen.co.kr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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