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시속 152km 강속구를 맞았다. 코와 입에서 출혈이 나고, 눈 주위가 부어 올랐지만 경기를 끝까지 다 뛰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포수 제임스 맥캔(34)이 엄청난 투혼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맥캔은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치러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9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1회말 2사 만루에서 들어선 첫 타석에 끔찍한 상황이 발생했다. 토론토 우완 선발 야리엘 로드리게스의 5구째 시속 94.6마일(152.2km)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높게 맥캔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
피할 새도 없이 맥캔의 안면이 공에 강타당했다. 그 자리에서 쓰러져 통증을 호소한 맥캔.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자 트레이너가 뛰어나와 수건으로 지혈했다. 꽤 많은 출혈이 있었지만 다행히 의식이 있었고, 자리에서 일어난 맥캔은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교체일 줄 알았는데 맥캔은 피가 묻은 유니폼을 벗고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더니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그라운드로 나왔다. 헬멧을 쓰고 1루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며 경기를 계속 뛰었다. 지혈을 위해 양쪽 콧구멍을 거즈로 막은 맥캔은 왼쪽 눈 주위가 퍼렇게 멍들고 부어올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2회초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고 수비도 정상적으로 나간 맥캔. 3회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자 볼티모어 홈 관중들이 박수로 격려했다. 5회말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가자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9회초 끝까지 경기를 다 소화한 맥캔은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사구를 기록하며 볼티모어의 11-5 승리를 이끌었다. 맥캔이 더블헤더 1차전 풀로 뛰면서 주전 포수 애들리 러치맨도 푹 쉬고 2차전에 나섰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감독은 맥캔에 대해 “그렇게 맞고 코와 입에서 피가 계속 나왔다. 정말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맥캔은 괜찮아 보였지만 멍한 표정이었고, 피가 멈추지 않았다. 정말 정말 무서운 장면이었지만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했다”며 놀라워했다.
맥캔은 “난 강인하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지금은 약간 부어서 잘 보이지 않는 정도다. 나머지는 괜찮았다. 단 한 경기라도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 난 강인하고 끈질기게 버티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볼티모어 팀 동료 투수 잭 에플린은 “맥캔이 얼마나 대단한 리더인지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야구장에서 이런 모습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고 경기에 계속 남아서 보여준 근성과 투지, 경쟁력은 정말 대단했다. 맥캔의 열렬한 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적장도 경외감을 나타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맥캔이 무사해서 정말 감사하다. 이건 인생이 걸린 문제다. 아버지이자 남편이 그런 일을 당하는 건 보기 싫을 것이다”며 “맥캔이 경기에 남아 끝까지 뛴 것이 믿기지 않는다. 아마 리그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그를 존경할 거라 생각한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오늘 그가 한 일은 믿을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201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데뷔한 맥캔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욕 메츠를 거쳐 지난해부터 볼티모어에서 뛰고 있는 베테랑 포수. 11시즌 통산 896경기 타율 2할4푼(2970타수 714안타) 87홈런 357타점 OPS .670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화이트삭스 시절 개인 최다 18홈런을 터뜨리며 첫 올스타 선정됐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도루 저지율 1위(34.1%)에 오르는 등 강견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