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72억 원 FA 내야수의 2루 수비를 의심했나. 김경문 감독 부임과 함께 2루수 글러브를 자진해서 착용한 안치홍(34)이 경기를 거듭하면서 과거 프로야구 골든글러버 시절의 폼과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한화 베테랑 내야수 안치홍은 지난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3차전에 6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안치홍은 2회초와 4회초 유격수 땅볼에 이어 6회초 자동고의4구, 8회초 다시 2루수 땅볼을 기록했다. 6회초 1사 2, 3루 찬스에서 자동고의4구로 출루하며 잠시 기를 펴기도 했지만, 나머지 타석에서는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무안타에도 3루 관중석의 한화 팬들이 안치홍을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으니 그가 2루수 포지션에서 이른바 ‘미친 수비’로 KT의 추격 의지를 꺾었기 때문이다.
6-4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안치홍은 좌타자 김민혁의 1-2루 간을 가르는 안타성 타구에 몸을 던져 이를 다이빙으로 잡아낸 뒤 송구 동작이 채 확립되기도 전에 오직 팔 힘으로 1루에 공을 던졌다. 결과는 아웃이었다. 마운드에 있던 한승혁은 안치홍을 향해 박수를 치면서 호수비에 경의를 표했다.
시간을 지난달 초로 되돌려보자. 김경문 감독은 한화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6월 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안치홍을 다시 2루수로 기용하겠다고 밝히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치홍은 전성기 시절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무려 3차례(2011, 2017, 2018)나 수상한 KBO리그의 간판 2루수였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선배 내야수들이 그랬듯 1루수를 병행하기 시작했고, 2024시즌 4+2년 총액 72억 원에 한화와 FA 계약한 뒤로는 2루수 출전 없이 1루수, 지명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다. 최원호 전 감독은 안치홍을 2루수보다 1루수로 기용할 때 전력이 극대화된다고 판단했다.
그런 안치홍이 김경문 감독 부임과 함께 다시 전성기 시절 포지션을 맡게 됐다. 그것도 본인 요청으로 말이다. 김 감독은 “베테랑들이랑 식사를 했는데 평소 말도 잘 안하는 친구(안치홍)가 나한테 2루 수비를 준비해야하냐고 먼저 물어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안치홍이 2루 수비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안치홍은 이후 약 두 달 동안 2루수, 1루수, 지명타자를 병행했다.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 지명타자, 1루수에 이름을 올렸고, 컨디션이 좋거나 승리가 필요한 경기에서 2루수를 맡아 키스톤콤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동안 왜 2루 수비를 포기했는지가 의심될 정도로 2루수 글러브를 끼고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사령탑도 안치홍의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호수비에 감탄한 것일까. 김 감독은 “야수들이 수비와 공격에서 여러 차례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하며 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라고 안치홍을 염두에 둔 칭찬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한화는 이날 KT를 6-4로 잡고 최근 4연승, 수원KT위즈파크 4연승을 동시에 질주하며 시즌 42승 2무 53패를 기록했다. 한화가 4연승을 달린 건 5월 29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62일 만이었다. 경기 전까지 후반기 승률 1위를 질주 중이었던 '난적' KT를 잡고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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