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메시처럼 체력 + 프레셔 이겨낸 김원호의 '투혼', 中 최강도 삼킬까 [오!쎈 IN 파리]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08.02 14: 47

세계 랭킹 8위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은 1일(현지시간) )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치른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인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과 맞대결서 2-1(21-16, 20-22, 23-21)으로 승리하면서 결승행에 성공하면서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김원호-정나은은 상대 전적서 절대 열세(0승 5패패)를 기록하고있던 선배 서승재-채유정조 상대로 올림픽 4강전서 첫 승을 거두면서 역대급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했다. 결승 상대는 4강서 2-0 완승을 거둔 세계 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총 조이다. 김원호-정나은조는 조별리그서 정쓰웨이-황야총조에 0-2(13-21, 14-21)로 패배한 바 있다.

앞서 열린 8강서 서승재-채유정은 홍콩의 탕춘만-체잉슈 조에 2-0(21-15 21-10)으로 낙승을 거뒀다. 곧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김원호-정나은 역시 말레이시아의 천탕지에-토이웨이 조를 2-0(21-19 21-14)으로 꺾으면서 태극 전사 맞대결이 성사됐다. 상대 전적서는 서승재-채유정조가 압도적인 상황.
하지만 막상 경기에 가니 접전 끝에 김원호조가 웃었다. 선배들을 상대로 너무나 큰 무대서 첫 승을 신고한 김원호-정나은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이용대-이효정조를 마지막으로 멈췄던 혼성 복식 금메달에 도전한다. 길영아 전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이자 이용대의 제자로 유명했던 김원호는 이제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에 도전하게 됐다.
한국 배드민턴 전체를 봐도 혼성 복식 메달 자체도 2008년 이후에는 나오지 않았다. 태극 전사들의 자체 4강 맞대결로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 첫 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최소 은메달이고 결승전 결과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 이후 멈췄던 금빛 라켓을 다시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서승재-채유정 조가 검은색 유니폼, 김원호-정나은조가 하얀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경기 시작 직후 양 팀은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양 팀 모두 치열한 서브를 주고 받으면서 접전이 이어졌다.
예상과 달리 김원호-정나은조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통해서 1세트 8-5까지 먼저 달아났다. 김원호의 스매쉬가 연달아 들어가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여기에 정나은도 연신 몸을 날리면서 상대의 공세를 저지하면서 선배들의 맹공을 막아냈다. 이 둘의 호흡 덕에 21-16으로 1세트는 김원호조가 가져왔다.
2세트는 그래도 선배들이 매서웠다. 김원호조가 잠시 경기를 뒤집긴 했으나 승부처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서승재-채유정이 앞서갔다. 서승재-채유정은 팽팽한 점수 공방전 끝에 21-20으로 리드를 잡은 상황서 추가점에 성공하면서 1-1로 세트 균형을 맞췄다.
3세트도 역대급 명승부였다. 10-5로 서승재-채유정조가 먼저 달아났으나 김원호조가 내리 5점을 따면서 균형을 맞췄다. 이후 오히려 김원호-정나은조가 주도권을 잡고 먼저 매치포인트 20점에 도달했다. 서승재-채유정이 브레이크했으나 김원호-정나은은 끝내 투지로 내리 2점을 따면서 23-21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김원호-정나은조는 경기 내내 한 발 더 뛰고 압박하면서 페이스를 이어갔다. 멈추지 않는 공격성을 통해서 오히려 상대방을 넉다운시켰다. 조별리그서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나온 투지와 패기가 자이언트 킬링으로 이어졌다. 선배 서승재는 경기 후 패인으로 "내가 조금 더 타이트하게 붙었어야 한다"라면서 "3세트 10-5로 앞서던 상황서 따라잡힌 것이 패인"이라고 후배들의 기세를 인정했다.
특히 김원호는 한 발 더 뛰고 강하게 때렸다. 단 인간의 체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오히려 3세트 막판에는 제대로 뛰지 못할 뿐만 아니라 레프리 스톱 이후 봉지에 구토를 하기도 했다. 체력적 한계에 더해서 계속 매치 포인트가 오가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것.
실제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월드컵서 수차례 헛구역질을 하거나 구토를 한 바 있다. 체력적 문제이긴 하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여러모로 김원호의 상황 역시 월드컵 결승전서 부담감과 체력적 부담에 흔들리던 메시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끝내 동료들과 함께 월드컵 우승도 차지한 메시처럼 김원호에게도 정나은이라는 좋은 동료가 있었다. 김원호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사실 경기 막판에는 자꾸 헛구역질이 나오더라"라면서 "그냥 한번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러다가 매트에서 할 것 같아 레프리를 불러 봉지에 구토를 하고 경기를 다시 뛰었다. 선수로 보여줘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멋쩍게 이야기했다.
3세트를 끝낸 스매시부터 경기 막판 맹활약한 정나은에 대해 김원호는 "사실 구토하고 나서 사실 나는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였다. (정)나은이에게 그냥 너에게 맡기겠다고 말하고 뛰었다. 동생한테 부담을 줬는데 오히려 잘 다독이면서 뛰어줘서 너무 고맙다"라고 고마워했다.
든든하게 김원호를 보좌해서 결승행 티켓을 끝내 가져온 정나은은 "경기가 재개되고 나서는 (김) 원호 오빠가 나를 믿겠다고 말하더라. 솔직히 부담이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내가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오빠를 다독이면서 경시를 해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당시에 대해 회상했다.
구토도 할 정도까지 정신적 스트레스와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은 김원호-정나은조의 상대는 세계 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총조. 심지어 두 사람은 이번 올림픽 조별리그 예선에서 0-2(13-21, 14-21)로 패배한 바 있다. 여기에 풀세트 접전까지 치른 자신들과 달리 상대는 2-0으로 상대적으로 체력까지 안배한 상황.
그래도 포기는 없었다. 구토를 할 정도로 뛴 만큼 결승전도 달릴 예정이다. 김원호는 결승전에 대해서 "솔직히 예선에서는 그냥 상대도 안 됐다. 그래도 한국 선수를 이기고 올라간 결승인 만큼 남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한 발 더 뛰겠다"라면서 다부진 투지를 불태웠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이나 상황이나 모두 김원호조가 절대 열세인 상황이다. 그러나 배드민턴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스포츠였다면 4강서 이미 졌어야 할 것이다. 구토도 불사할 정도로 미친 투혼을 보여준 김원호-정나은조가 세계 최강도 삼키면서 16년 만의  배드민턴 혼합 복식 금메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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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리(프랑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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