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즌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지상파 3사가 인기 드라마, 예능을 모두 결방하고 대한민국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26일부터 정규 방송을 대부분 중단한 채 수영, 펜싱, 양궁, 탁구, 배드민턴, 유도 등을 중계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는 한국과의 8시간 시차 때문에 주요 경기가 한밤중 치러지거나 새벽에 이뤄져 방송국 관계자들의 걱정이 많았는데, 그 우려가 개막식부터 현실이 됐다. 지상파 3사는 거액을 들여 중계권을 확보했는데, 올림픽 개막식 TV 시청률이 처참했다. KBS1은 1.4%, MBC는 1.0%, SBS 0.6%를 각각 나타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개막식이 새벽 2시부터 방송돼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해도 0%대 시청률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인기 종목 축구는 충격의 예선 탈락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고, 야구는 파리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돼 국민적인 관심 자체가 뚝 떨어진 상황에서 시청률까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래도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들 덕분에 금메달 소식이 들리는 종목들은 꽤 시청률이 나오는데, 이마저도 한 자릿수가 태반이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며 비싼 중계권을 산 지상파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더는 TV를 보지 않는 시청 플랫폼의 변화도 한 몫했다. OTT 서비스 중 유일하게 웨이브가 중계권을 획득해 생중계 방송 및 하이라이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개막 이후 생중계 방송과 스포츠 장르 콘텐츠 시청량이 급증하고 있다.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이 열린 7월 29일 새벽에는 웨이브가 제공하는 KBS1, KBS2, MBC, SBS 등 라이브 채널 동시접속자가 지난 6월 대비 약 5.2배 증가했다.
또한 방송 관계자들은 3주 가까이 드라마 및 예능들이 올스톱 되면서 '잘 나가던 작품의 흐름이 끊길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최대 피해자로 거론되는 드라마가 SBS '굿파트너'다.
7월 12일 첫 방송된 금토드라마 '굿파트너'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장나라가 3년 만에 지상파에 컴백해 스타변호사 차은경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남지현, 김준한, 피오 등이 주연을 맡았고, 탄탄한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4회 만에 시청률 13.7%를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5회까지 방송되고 파리 올림픽 이슈로 결방 중이다.
예능의 경우 연속성이 비교적 덜하기 때문에 오래 결방해도 흐름이 끊기거나 시청자 탈주 이슈에서 자유롭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한 드라마는 다르다. 입소문과 상승세는 한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한창 전개에 탄력을 받고 입소문이 퍼지는 시기에 장기 결방을 맞은 '굿파트너', 초반 좋았던 상승세가 꺾이거나 시청자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에 올림픽이 마냥 즐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가장 인기 드라마를 결방하고 중계하는 파리 올림픽의 시청률이 기대 이하로 저조하다보니 "장나라가 최대 피해자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장나라의 '굿파트너'가 올림픽 결방에도 시청률 20% 고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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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드라마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