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2R 좌완 유망주 동반 2군행 왜? "선발로 많이 던져봐야…" 미래 투수 왕국 준비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8.03 14: 50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올해 1~2라운드로 입단한 ‘좌완 유망주 듀오’ 황준서(19)와 조동욱(20)을 2군으로 보냈다. 최근까지 1군 불펜으로 썼지만 2군에서 본격적인 선발 수업을 받도록 했다. 미래 투수 왕국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다. 
한화는 지난 2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좌완 김범수, 우완 이상규를 1군에 올리며 황준서와 조동욱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 전날(1일) 수원 KT전에서 두 투수는 각각 6회, 8회 구원으로 등판했지만 이닝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강판됐다. 황준서는 ⅔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실점, 조동욱은 ⅓이닝 3피안타 1탈삼진 4실점(1자책)으로 흔들렸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두 젊은 투수가 불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 본인들도 불펜을 낯설어하는 게 보였다. 몇 경기 지켜봤는데 2군에 가서 선발로 더 많은 공을 던지며 경험 쌓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엔트리를 바꿨다”고 밝혔다. 

한화 황준서, 조동욱. 2024.05.12 / soul1014@osen.co.kr

1군 엔트리 말소된 한화 조동욱과 황준서가 양승관 수석코치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08.02 / soul1014@osen.co.kr

두 투수 모두 1군 데뷔전에서부터 선발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황준서는 지난 3월31일 대전 KT전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조동욱은 5월12일 대전 키움전에서 6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역대 10~11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 기록을 세웠다. 
19~20살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으로 강렬하게 데뷔했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 지키진 못했다. 황준서는 11경기를 선발로 나섰지만 갈수록 구속이 떨어지며 체력 저하를 보였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열흘 휴식을 가진 뒤에도 회복이 되지 않아 불펜으로 전환했다 조동욱도 대체 선발로 5경기 나섰지만 문동주의 1군 복귀, 김기중의 선발 전환 속에 2군으로 내려갔다 1군에 돌아온 뒤 불펜으로 바뀌었다. 황준서는 6월26일, 조동욱은 27일부터 불펜으로 투입됐다. 
한화 황준서. 2024.08.01 / soul1014@osen.co.kr
한화 조동욱. 2024.07.05 / ksl0919@osen.co.kr
성적은 좋지 않았다. 황준서는 구원 9경기 1패1홀드 평균자책점 10.80으로 흔들렸다. 6⅔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았지만 피안타율(.394)이 4할에 육박했다. 주로 여유 있는 상황에서 나선 조동욱은 11경기 평균자책점 4.66으로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9⅔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로 구위를 보여줬지만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실점하며 페이스가 꺾였다. 
시즌 전체 성적은 황준서가 24경기(11선발·60⅓이닝) 2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5.07 탈삼진 62개, 조동욱은 16경기(5선발·31이닝) 1승1패 평균자책점 5.81 탈삼진 23개. 1군에서 즉시 전력으로 쓰기엔 부족함이 있었고, 김경문 감독은 두 투수를 길게 보고 2군으로 보냈다. 김 감독은 “둘 다 선발로 던질 것이다. 2군에서 1이닝 던져서 느끼는 게 있겠나. 지금은 어리니까 공을 많이 던져야 한다. 선발로 4~5이닝씩 점점 늘려가면서 느끼는 게 있어야 한다. 2군에도 선발로 (만들어줄 것을) 부탁을 좀 해놨다”고 설명했다. 
당초 한화의 계획도 두 투수를 선발로 육성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9월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는 장충고 좌완 듀오 황준서와 조동욱을 연이어 지명했다.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황준서를,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조동욱을 뽑으며 고교 좌완 원투펀치를 동시에 품었다. 좌완이 부족한 팀 사정도 있었지만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높게 보고 1~2라운드 상위픽을 썼다. 
한화 황준서(오른쪽)가 프로 데뷔 첫 등판 앞둔 조동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5.12 / soul1014@osen.co.kr
프로 데뷔 첫 선발승 거둔 조동욱이 입단동기 황준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5.12 / soul1014@osen.co.kr
두 투수 모두 올해 1군에서 선발과 구원 오가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보완해야 할 점들도 확인했다. 남은 시즌 1군에서 불펜으로 당장 전력에 힘을 보태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선발로 커야 할 투수들이다. 1군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았으니 이제 2군에서 선발로 몸을 만들며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 팀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게 현장과 프런트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화는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가 올해 두 번이나 2군에 내려가며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이 역시도 전부 경험이다. 1군 선발 한 자리를 지키며 성장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1라운더(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 좌완 김기중도 선발로서 발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1순위 지명자인 우완 김서현도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투구폼을 하나로 고정해 불펜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화는 오는 9월 개최되는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권도 있다. 전주고 우완 정우주 또는 덕수고 좌완 정현우, 고교 넘버원을 다투는 투수 둘 중 하나를 뽑을 수 있다. 
12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류현진이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건재를 알리고 있는 한화는 최근 몇 년간 최상위 지명권으로 어느 팀보다 투수 영건들을 많이 끌어모았다. 성장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마운드 잠재력은 10개 구단 중 한화가 단연 최고다. 길게 보고 황준서와 조동욱을 동시에 2군에 내린 한화가 미래 투수 왕국을 그리고 있다.
한화 선발 조동욱이 덕아웃 앞에서 몸을 풀고 있다. 곁에서 타구를 막아주는 황준서. 2024.05.24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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