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한 번 써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불펜에 새로운 안경 에이스 후보가 등장했다. 안경 에이스라면 통상적으로 박세웅을 지칭했는데, 좌완 투수 버전 안경 에이스인 송재영(22)이 최근 롯데 불펜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송재영은 지난달 31일과 1일 인천 SSG전에서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31일 경기는 10-10으로 맞선 연장 11회 등판해 최지훈과 정준재, 두 타자를 연달아 삼진 처리하며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그리고 1일 경기에서는 4-2로 앞서고 있었지만 9회 1사 1,2루의 터프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최상민, 박성한을 역시 연달아 삼진 처리했다. 데뷔 첫 세이브를 수확하면서 롯데 불펜의 난세 영웅으로 등극했다.
김태형 감독은 송재영을 투입한 게 모험수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송재영이 구속이 빠르지는 않아도 옆에서 보니까 공의 회전이 좋은 것 같았다. 너무 잘해줬다”라고 웃었다.
송재영으로서도 급박했던 세이브 상황 등판이었다. 2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만난 송재영은 “너무 갑작스럽게 올라갔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별다른 생각은 없었고 내 역할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고 내려오자는 생각만 했다”라며 “이런 상황을 상상만 했지 이렇게 진짜로 일어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쨌든 기회를 주신 게 너무 영광이었고 기회에 보답하고 부응하려는 마음이 컸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송재영의 삼진 2개로 모두가 웃을 수 있었다. 그는 “구승민 선배가 너무 좋아해주셨고 축하를 많이 받았다. 감독님께서도 안아주셨는데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뭐라고 말씀하시는지는 제대로 못 들었다. 그냥 칭찬해주신 것 같다”라면서 “2군의 임경완 코치님께도 연락이 왔다. ‘계속 1군에 있어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사실 송재영은 2군에서는 꾸준히 기록이 좋았다. 올해 28경기 28⅓이닝 3승 5홀드 평균자책점 1.91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5월31일 첫 번째 콜업이 되고 곧장 NC전에 등판했지만 1피안타 1볼넷 1사구 3실점으로 강판됐다.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했다. 이후 7월 10일 두 번째로 콜업됐지만 11일 SSG전 ⅓이닝 1볼넷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2군행.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과정은 흔들림 없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비로소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그는 “이전과 딱히 다르게 준비한 것은 없다. 늘 하던대로 해왔다. 하다보면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신경쓰지 않고 제 공을 던지다 보니까 이번에는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중요했다. 이번에는 처음에 딱 올라가서 초구를 던졌는데 너무 느낌이 좋았다. 거기서 자신감을 찾았다. 초구에 스트라이크가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심적 차이가 되게 컸다”라고 덧붙였다.
송재영에게 또 다른 차이가 있었다면 안경을 쓰고 등판했다는 것. 2021년 데뷔했고 지난 두 번의 1군 콜업때도 송재영은 안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경을 쓴 채로 돌아왔다. 송재영은 “원래 난시가 있다. 그래서 렌즈를 끼고 등판했는데 렌즈가 어지럽고 너무 안 맞는 것 같았다”라며 “그래서 부모님께서 ‘안경 한 번 써봐’라고 권유를 해주셨다. 그랬는데 괜찮아졌다”라고 웃었다.
이어 “사실 안경 때문에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안경을 끼고 나서 성적이 좋아지다보니까 계속 좋은 것 같다. 안경이 걸리적 거리는 게 있지만 그래도 어지럽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박세웅에 이은 새로운 안경 에이스라는 칭호를 듣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이에 그는 “그렇게 된다면 정말 영광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송재영을 좀 더 중용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일단 좌타자에게는 올려보려고 한다. 그래도 3번 정도는 이런 모습이 꾸준하게 나와줘야 한다. 타자 눈에 보인다고 속이려고 그러면 안된다. 어제(1일)처럼만 던지면 괜찮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상무 군 복무까지 마치고 돌아온 송재영에게 이제 탄탄대로의 커리어만 남았다. 앞으로 발전해 나갈 커리어의 스타트는 끊어졌다. 그는 “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 이런 거는 없고 어떤 역할이든지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