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기에도 쉼없이 달려온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드디어 단비를 맞았다. 기분 좋은 우천 취소와 함께 광주 홈으로 돌아갔다.
KIA는 4일 오후 5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원정팀 KIA의 훈련이 진행 중이던 오후 3시30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4시를 넘어선 꽤 많은 비가 내렸다. 구장관리팀에서 내야에 대형 방수포를 덮기도 전에 그라운드를 적셨다.
비를 맞아가며 대형 방수포를 깔았지만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폭우로 돌변했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비 예보가 있긴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강수량이었다.
그라운드 상태를 살핀 박종훈 KBO 경기 감독관이 오후 4시35분 우천 취소를 결정했다. 취소 결정이 내려진 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야구장은 완전히 물바다로 바뀌었다.
이날도 1만2000석 매진 예정일 정도로 팬들의 관심도가 높은 경기였다. 취소 결정에 관중석에선 아쉬움의 탄성이 나왔지만 더 기다렸어도 경기를 개최할 수 없는 상태였다. 워낙 많은 비에 일부 관중들의 발길도 관중석에 묶였다. 비가 소강 상태로 잦아든 된 뒤에야 구장을 떠날 수 있었다.
홈팀 한화로선 나쁘지 않은 우천 취소였다. 전날(3일) 야구장 정전에 따른 여파로 38분간 경기가 중단된 뒤 역전패를 하면서 7연승이 끊긴 상황이라 흐름상 쉬어가는 것도 좋다. 반면 4연패에서 벗어난 KIA 입장에서도 혹서기 강행군으로 지친 상태라 꿀맛 같은 비였다.
KIA는 지난달 16일 광주 삼성전에서 우천에 따른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된 이후 19일 만에 경기가 취소됐다. 그 사이 16경기를 정상 일정대로 쉴 새 없이 치렀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극심한 폭염 속에서 월요일 휴식일을 빼고 꼬박꼬박 경기를 소화했다. 같은 기간 2위 LG가 6번이나 우천 및 폭염으로 경기 취소가 되면서 재충전 시간을 가진 것과 대조를 이뤘다.
선발투수 이의리, 윤영철, 마무리투수 정해영, 1루수 이우성 등 투타에서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KIA 선수단의 피로도도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지난달 25일부터 2일 대전 한화전까지 8경기에서 1승7패로 하락세가 뚜렸했다. 31일 광주 두산전에선 역대 한 경기 최다 30실점으로 참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지난 2일 한화전을 앞두고 울산 LG-롯데전이 1군 경기 최초로 폭염 취소됐다는 소식에 “우리도 폭염 취소 한 번 됐으면 좋겠다. 자주 오던 비도 이번 장마에는 다 피해갔다. 경기를 많이 하면서 선수들이 지친 상태다. 우리도 하루 취소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과 KIA의 바람이 4일 대전에서 이뤄졌다. 이날도 오후 3시까지 폭염 특보 속에 푹푹 찌는 날이었다. 비가 올 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엄청난 양의 폭우가 내리면서 KIA는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5일 월요일 휴식일까지 붙여 이틀간 재충전 시간을 확보했다. 다음주에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T와 삼성을 상대로 홈 6연전이 예정돼 있다. 만만치 않은 팀들을 만나지만 이틀 휴식으로 바닥난 체력을 충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KIA에는 상당한 호재다. 2위 LG에 5.5경기차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독주 체제를 확실히 굳힐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한편 전날(3일) 한화전에서 5회 역전 투런포로 시즌 29호 홈런을 기록한 KIA 김도영은 광주 홈에서 KBO리그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 달성에 도전한다. 이미 도루는 딱 30개를 채웠고, 홈런 하나가 남아있다. 큰 슬럼프 없이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어 광주 홈팬들이 보는 앞에서 기분 좋게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