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우승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다. 메이저리그 통산 36승을 거둔 좌완 투수 에릭 라우어(29) 영입이 임박했다. LA 다저스 킬러로 명성을 떨치던 투수가 KIA의 우승 청부사로 합류한다.
KBO는 지난 5일 KIA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30), 캠 알드레드(28)를 동시에 웨이버 공시했다. 그 전날(4일) 대전 한화전 선발투수로 예고된 알드레드는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계약이 종료됐다. 지난달 30일 광주 두산전(4⅓이닝 8피안타 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 패전)이 마지막 경기가 됐다.
라우어가 지난 4일 자신의 SNS 소개란에 ‘KIA Tigers’ 문구를 넣어 알드레드의 방출이 예상됐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KIA는 6일 광주 KT전 선발투수로 김도현을 5일 예고하며 알드레드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곧바로 웨이버 절차를 밟아 방출했다.
KIA는 크로우가 팔꿈치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되자 지난 5월말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알드레드를 영입했다. 크로우의 시즌 내 복귀가 어려워지면서 임시가 아닌 시즌 완주 가능성도 열어두고 알드레드와 총액 32만5000달러에 계약했다. 알드레드의 성적은 9경기(43⅔이닝) 3승2패 평균자책점 4.53 탈삼진 52개. 임시 외국인 선수로는 나쁘지 않지만 우승 유력 팀이 계속 안고 가기엔 아쉬웠다.
좌타자가 많은 LG 상대로 2경기에서 1승을 거두며 12⅔이닝 15탈삼진 2실점(무자책) 평균자책점 0.00으로 매우 강했지만 나머지 팀들에 고전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1할5푼, 피OPS .385로 극강이었으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8푼4리, OPS .801로 약점이 뚜렷했다.
남은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하면 KIA가 알드레드를 계속 끌고 가는 건 위험 부담이 컸다. 8월15일 이후 등록되는 외국인 선수는 포스트시즌에 뛸 수 없는 KBO리그 규정에 따라 그 전까지 빠르게 움직여야 했고, 라우어와 계약을 사실상 발표만 남겨둔 상황에 이르렀다.
라우어는 메이저리그를 본 팬들이라면 꽤 익숙한 선수다. 193cm 장신 좌완으로 201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5순위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지명됐다. 2018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120경기(112선발·596⅔이닝) 36승37패2홀드 평균자책점 4.30 탈삼진 567개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밀워키 브루어스로 트레이드됐고, 2022년 29경기(158⅔이닝) 11승7패 평균자책점 3.69 탈삼진 157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를 발판 삼아 연봉조정자격 첫 해였던 지난해 밀워키에서 507만5000달러(약 70억원) 연봉을 받았다. 스몰마켓인 밀워키 팀 내 연봉 6위에 해당했다.
막강 타선을 자랑하는 LA 다저스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도 라우어 커리어의 특징. 2018년 5월7일 다저스를 상대로 데뷔 첫 승을 신고한 뒤 천적 관계를 형성했다. 다저스전 통산 12경기 모두 선발등판, 68⅓이닝을 던지며 7승2패 평균자책점 2.63 탈삼진 62개로 다저스를 압도했다.
그러나 2022년 9월 팔꿈치 염증에 이어 지난해 5월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10경기(9선발·46⅔이닝) 4승6패 평균자책점 6.56으로 부진했다. 시즌 후 밀워키에서 FA로 풀린 라우어는 올해 3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마이너 계약했지만 5월 중순 방출됐다. 얼마 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마이너 계약하며 팀을 옮겼으나 빅리그 콜업은 없었다.
올해 트리플A 19경기(16선발·75⅓이닝) 4승5패 평균자책점 5.26 탈삼진 86개로 눈에 띄는 성적은 내지 못했다. 2022년 시속 93.3마일(150.2km)이었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2023년 어깨 부상 후 90.8마일(146.1km)로 크게 감소하며 커리어가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달 28일 트리플A에서 라우어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시속 92.1마일(148.2km), 평균 90.6마일(145.8km).
부상 전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KBO리그 좌완 기준으로는 나쁘지 않다. 포심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커터 비중도 높은 투수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갖췄다. 우타자 김하성(샌디에이고)도 라우어에게 8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유독 약했는데 알드레드와 달리 좌우 타자 가리지 않는 투수라 커맨드만 어느 정도 찾는다면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2년 전까지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 11승을 거둔 투수인 만큼 걱정이나 우려보다 기대감이 훨씬 더 크다. 7월말 트레이드 마감일을 조용하게 지나간 KIA의 마지막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