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응원한다!”.
‘승리(Victory, 빅토리)’가 항상 1등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다. 정상을 밟고 있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를 향한 응원가, 영화 ‘빅토리’다.
영화 ‘빅토리’(감독 박범수, 제공/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안나푸르나필름, 공동제작 ㈜이스트게이트컴퍼니·커버넌트픽처스㈜)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99년 거제를 배경으로 하는 ‘빅토리’는 서울 현대고에 다니던 동현(이찬형 분), 세현(조아람 분)이 거제상고로 전학을 오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거제의 댄스 콤비 필선(이혜리 분)과 미나(박세완 분)는 과거 시비에 휘말려 정학과 댄스부 폐지 처분을 받아야 했고, 댄스 연습실이 간절했던 두 사람은 만년 패배만 하는 축구부를 살리기 위해 동현을 영입한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에 치어리딩부 출신이던 세현을 통해 치어리딩을 접하고, ‘응원을 받으면 경기력이 50% 상승된다’는 거짓말로 교장을 꾀어 축구부를 우승으로 이끌겠다고 약속하며 치어리딩부 개설을 허락받는다.
그렇게 모인 9명의 부원들은 ‘밀레니엄 걸즈’라는 팀명을 짓고 본격적인 치어리딩 연습을 시작한다. ‘그런건 춤이 아니다’라며 세현을 무시했던 필선과 미나는 서서히 감화되고, 첫 치어리딩을 엉망으로 끝낸 것을 계기로 오합지졸이었던 ‘밀레니엄 걸즈’는 점차 결속력을 다지게 된다.
각기 다른 청춘들이 한데 모여 여러 사건을 통해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연대하며 하나의 팀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흔한 성장 드라마의 구조를 갖는다. ‘빅토리’는 여기에 치어리딩이라는 소재를 더함으로써 ‘응원’이라는 메시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영화의 제목은 ‘빅토리’이지만, 그 성공은 단순히 정상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필선은 누구보다도 춤을 사랑하지만 무대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그룹이 아닌 백댄서를 꿈꾼다. 그러면서도 미나에게 “너도 나도 주연이다”라고 말한다. 누구나 탐내는 기회를 코앞에 두고도 자신이 진정으로 뜻하는 바를 이루고자 과감히 등을 돌린다. 누군가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비난하고, 시시하다 낮잡아봐도 스스로가 정한 소소하고 소중한 행복 또한 1등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도 돋보인다. 이혜리가 연기한 필선은 tvN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이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겉바속촉’ 박세완과 FM 리더 조아람을 필두로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임지영, 이한주, 박효은 등 ‘밀레니엄 걸즈’ 멤버들의 각기다른 매력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비용세’ 부터 난데없는 한국무용 퍼포먼스, 선글라스 비주얼과 각기춤 퍼포먼스까지 ‘빅토리’의 웃음 포인트 대부분이 신인 배우들의 활약에서 나왔다는 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 서투르지만 그렇기에 풋풋한 이정하(치형 역)의 일방통행 로맨스가 더해지며 자칫 진부한 신파극으로 빠질 수 있는 극 전개에 적절한 밸런스를 살린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캠코더 영상들은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과도 맞닿아 있다. 그때 그 시절 추억이 없는 ‘Z세대’들 조차도 마치 그런 기억이 있었던 것처럼 향수에 젖게 만든다. “여고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김원준 ‘쇼’, 듀스 ‘나를 돌아봐’, 서태지와 아이들 ‘하여가’, 디바 ‘왜 불러’ 등 1990년대 풍미 가득한 사운드도 관객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들기 충분하다.
‘빅토리’는 세기말을 배경으로 하지만, 추억팔이 옛날이야기는 아니다. 박범수 감독은 시사회 당시 “지금 같이 응원이 필요한 시기에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응원하고 나 자신도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는 게 따로 있을까. 꼭 올림픽과 연관짓지 않더라도, 하루하루를 살아감에 있어 우리는 항상 응원받아 마땅하다. 그게 스스로를 향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8월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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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인드마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