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운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질주가 멈추지 않는다. 40-40,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 45-45까지 기대되는 엄청난 페이스다.
오타니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시즌 34호 홈런과 32호 도루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다저스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3회말 1사 2,3루에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만든 오타니는 6회말 우측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3루 도루에 성공했다.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선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쳤다. 5-3으로 스코어를 벌린 쐐기포.
이로써 오타니는 시즌 110경기 타율 3할9리(431타수 133안타) 34홈런 81타점 86득점 63볼넷 114삼진 32도루 출루율 .397 장타율 .631 OPS 1.028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NL) 타율·홈런·득점·출루율·장타율·OPS 등 타격 주요 6개 부문 1위에 랭크된 가운데 안타·타점·볼넷·도루 2위에도 올라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홈런왕(44개)에 오른 오타니의 홈런 페이스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도루를 이렇게 많이 할 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31일 4경기 연속 도루를 하더니 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선 개인 최다 3도루 경기를 펼쳤다. 최근 9경기에서 무려 8개의 도루로 미친듯이 달리고 있다.
2021년 LA 에인절스 시절 기록한 26개가 개인 한 시즌 최다 도루였는데 올해 첫 30도루를 돌파했다. 당시 도루 실패 10개로 성공률이 72.2%로 낮았지만, 올해는 4번밖에 잡히지 않아 도루 성공률이 88.9%에 달한다. 3년 전과 달리 베이스 크기가 커지고, 피치 클락 영향으로 주주가 도루하기 유리한 환경이 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오타니의 도루는 양과 질에서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난 5일 ‘MLB.com’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는 올해 (팔꿈치 수술 후 재활로) 투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다리를 사용하기 좋은 몸 상태를 유지했다. 그는 자유롭게 뛸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흥분했다”며 “클레이튼 맥컬러프 1루 베이스코치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상대 투수 성향에 대한 분석에도 신뢰가 쌓여있다”고 도루 증가 이유를 분석했다.
지난해에도 20도루를 기록한 오타니는 기본적으로 발이 빠르다. 다만 투타겸업을 하면서 체력 소모가 컸고, 주루를 할 때 가능한 힘을 아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팔꿈치 수술 후 재활로 투수를 하지 않고 있고,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타자 자리를 풀로 소화하면서 체력에 여유가 생겼다. 맥컬러프 코치와 상대 투수 습관을 분석하면서 도루 타이밍을 잡은 뒤 성공률도 끌어올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 40-40 달성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1988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호세 칸세코(42홈런-40도루), 1996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배리 본즈(42홈런-04도루), 1998년 시애틀 매리너스 알렉스 로드리게스(42홈런-46도루), 2006년 워싱턴 내셔널스 알폰소 소리아노(46홈런-41도루),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41홈런-73도루) 등 5명의 선수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40-40을 넘어 산술적으로 48홈런 45도루까지 가능하다.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45-45 기록이 가시권에 있다. 6일 경기 후 중계 방송사 ‘스포츠넷LA’와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오타니는 “홈런이 좋은 상황에 나오면 물론 좋다. 도루도 높은 확률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잘하면 승리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팀 승리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