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불펜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후반기 구원 평균자책점 압도적 1위로 철벽 불펜을 구축하며 5강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다른 팀들은 불펜 힘이 고갈되고 있지만 한화는 그 반대다.
한화는 전반기 내내 불펜 불안으로 어려움 겪었다. 전반기 구원 평균자책점 8위(5.28). 특급 마무리투수로 떠오른 주현상이 있었지만 중간 연결고리가 약했다. 이민우 외에 확실하게 믿을 만한 카드가 없었다. 지난해까지 각각 마무리, 필승조였던 박상원과 김범수의 부진이 뼈아팠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바뀌었다. 한화는 후반기 평균자책점 2위(4.61)에 올라있는데 불펜 지분이 크다. 후반기 구원 평균자책점 1위(3.74)로 10개 구단 중 유일한 3점대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이 부문 2위 KT(4.59)에도 큰 차이로 앞서면서 후반기 최고 불펜으로 떠올랐다.
지난 8일 대구 삼성전도 선발 문동주가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막은 뒤 6회부터 8회까지 김서현, 김범수, 한승혁이 1이닝씩 실점 없이 막고 1점 리드를 지키는 홀드를 거뒀다. 마무리 주현상이 9회 솔로 홈런 하나를 맞았지만 6-4 승리를 완성했다. 시즌 16세이브째.
한화 불펜의 반등은 두 투수를 살린 게 결정적이다. 박상원과 김서현.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두 투수가 살아나고, 성장하면서 불펜이 풍성해졌다.
지난해 16세이브를 올리며 올해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5경기 만에 자리를 내놓은 박상원은 전반기 31경기(26이닝) 3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8.65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주무기 포크볼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제구가 흔들렸고, 접전 상황에서 무너지길 반복하며 두 번이나 2군에 다녀왔다.
하지만 후반기 11경기(15⅔이닝) 2승2홀드 평균자책점 2.30 탈삼진 11개로 살아났다. 지난달 13일 대전 LG전에서 데뷔 첫 2회 등판에 나서 3⅓이닝 퍼펙트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경기 중후반 부담스런 상황에서 벗어나 선발 다음으로 나서는 두 번째 투수로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 많은 공을 던지면서 밸런스를 잡았고, 제구가 안정되자 구위가 살아났다. 최근 7경기 9이닝 무실점 행진.
김경문 한화 감독은 “마무리를 했던 투수”라며 박상원의 능력치를 높게 평가하며 “선발이 안 좋을 때 다음 투수로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팀도 중간에 그만큼 힘이 생겼다”고 반겼다. 후반기 들어 선발들이 긴 이닝을 던져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상원이 두 번째 투수로 나서 경기 흐름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박상원의 재발견과 함께 2년 차 파이어볼러 김서현의 성장도 예사롭지 않다. 잦은 투구폼 변화와 제구 난조로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지만 김경문 감독이 부임 후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투구폼을 하나로 고정하고, 여유 있는 상황부터 점차 중요한 상황으로 레벨업 과정을 밟으며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
김경문 감독은 “어린 선수라 자신감이 생기면 더 좋은 공이 나올 수 있다. 앞으로 점점 중요한 타이밍에 쓰게 될 것이다”고 기대했는데 그대로 이뤄졌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11일 고척 키움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지만 오히려 좋은 계기로 삼았다. 후반기 12경기(11⅔이닝) 1패4홀드 평균자책점 0.77 탈삼진 13개로 호투를 펼치고 있다. 강백호(KT), 김도영(KIA) 등 강타자들도 주자를 두고 삼진 처리할 만큼 자신감이 제대로 붙었다.
박상원이 살아나고, 김서현이 성장한 가운데 주현상(11경기 1승1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3.09), 이민우(12경기 4홀드 평균자책점 3.72), 한승혁(11경기 1승4홀드 평균자책점 4.50)도 제 몫을 하고 있다. 2군에 있던 좌완 김범수도 1군 복귀 후 3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안정을 찾으면서 불펜의 좌우 밸런스도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후반기 한화는 선발 평균자책점 9위(5.30)에 그치고 있다. 원투펀치 류현진과 하이메 바리아의 기복 심한 투구가 아쉽지만 팀 타율 1위(.298)로 살아난 타선과 함께 불펜의 힘으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후반기 7연패 이후 7연승으로 급반등하며 11승11패 5할 승률을 거두고 있고, 5위 SSG에 4경기차 뒤진 8위로 가을야구 희망을 유지하고 있다.
후반기 5번의 우천 취소로 불펜을 무리하지 않고 힘을 비축할 수 있었던 것도 한화 불펜에 호재로 작용했다. 3연투 한 번 없이 불펜을 적절하게 아껴가면서 운영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김경문 감독은 “(양상문) 투수코치에게도 (시즌) 끝날 때까지 불펜 관리를 잘해달라고 했다. 2경기 던지면 쉬게 해주고, 개수가 많으면 쉬어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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