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선수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특정 선수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최근 AC 밀란에 입단했던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는 10일(한국시간) 밀란 입단 기자 회견에서 "내 최우선 목표는 '승리'다. 50골이나 60골을 넣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면서 "수백 골을 넣고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모라타는 1992년생 스페인 국적 스트라이커로 지난 2005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이후 헤타페 CF,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을 거쳤고 2010년 12월 조세 무리뉴 감독의 선택을 받아 앙헬 디 마리아와 교체돼 레알 1군 팀에 데뷔했다.
모라타는 190cm의 큰 키를 가진 스트라이커로 수비 라인을 뚫어내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괴롭힌다. 박스 안 침투와 헤더가 모두 되는 만능 스트라이커다. 다만, 결정력은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모라타는 여러 클럽을 거친 '저니맨'이다. 2014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유벤투스로 이적했고 이후 2016년 다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더니 2017년엔 첼시로 향했다. 2019년 임대 이적을 통해 다시 아틀레티코로 돌아온 그는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 다시 임대로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었다.
2022-2023시즌 아틀레티코로 복귀한 모라타는 지난 시즌에는 48경기 21골 4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리그에서 32경기 중 21경기만 선발로 나서서 15골 3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후반기 부진으로 주전 경쟁에 밀리면서 밀란행을 택했다.
여러 빅클럽을 돌아다니다 보니 모라타는 여러 우승 트로피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뛰던 모든 팀서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여름에는 스페인 대표팀의 주장으로 동료들과 함께 염원의 유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1300만 유로(약 194억 원)의 바이아웃으로 합류한 밀란서도 목표는 우승이다.
이런 모라타답게 밀란 입단 컨퍼런스에서 말한 발언들이 소소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밀란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승리다, 골 많이 넣어봐야 의미없다. 솔직히 골 엄청 잘 넣는데 어떤 트로피도 차지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라면서 "밀란은 우승해야 한다. 이 팀에는 뛰어난 선수가 많다"고 답했다.
어떻게 보면 모라타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해리 케인을 저격하는 느낌의 발언.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지만, 아직도 우승 경험이 없다. 통산 결승전 성적도 0골이다. 프리미어리그(PL) 2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잉글랜드 리그컵 준우승, 유로 준우승 등 2위 기록만 가득하다.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우승을 위해 토트넘을 떠나 분데스리가의 1강 바이에른 뮌헨을 향했다. 그러나 리그 11연패를 질주하던 뮌헨은 리그에서도 바이어 레버쿠젠에 밀린데다가 슈투트가르트에 밀려 3위에 그쳤다. 거기다 그 흔한 국내컵 우승도 실패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케인의 '노 트로피'는 관심의 대상. 실제로 뮌헨에서도 우승에 실패하자 케인을 향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뮌헨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은 라이프치히의 다니 올모도 유로 결승을 앞두고 케인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시 '준우승'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유로 결승서 케인이 또 침묵하면서 잉글랜드는 스페인에 패하면서 우승이 좌절됐다. 더욱 놀라운 점은 케인이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36골로 득점 2위 세루 기라시(28골, 슈투트가르트)를 8골차로 멀찌감치 따돌리며 득점왕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케인은 UCL에서도 8골로 득점 공동 1위에 올랐지만, 뮌헨은 4강서 탈락했다. 여기에 유로에서도 3골을 넣으면서 공동 득점왕에 올랐으나 거기서도 우승에 실패했다. 한 선수가 3개의 득점왕을 차지하고 하나의 트로피도 들지 못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
모라타의 발언은 실제로 이런 케인을 저격하는 느낌으로 풀이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결승전서 케인의 잉글랜드를 잡은 스페인이기에 모라타의 발언에 힘이 실린다. 당시 모라타도 케인과 마찬가지로 골을 기록하진 못했으나 수비 가담과 공중볼 등을 통해 팀에 기여했다.
여러모로 상반된 케인과 모라타. 모라타가 자신의 발언대로 골은 좀 못 넣더라도 팀 플레이로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반면 케인 역시 지난 시즌 페이스를 이어서 뮌헨서 염원의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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