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현역 최악의 ‘FA 먹튀’로 꼽히는 앤서니 렌던(34·LA 에인절스)이 5년 만에 찾은 워싱턴에서 환대를 받았다. 지금은 FA 먹튀로 전락했지만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친정 팬들의 환대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렌던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환영식을 가졌다. 2019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워싱턴을 떠나 에인절스로 FA 이적한 렌던에겐 5년 만의 내셔널스파크 방문이었다.
워싱턴 구단은 전광판에 렌던의 워싱턴 시절 영상을 띄우며 ‘우승 공신’ 대우를 했다. 워싱턴 팬들도 기립 박수로 렌던을 맞이해줬다. 2회초 렌던이 첫 타석에 들어설 때도 관중들의 환호가 나왔고, 렌던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 친정팀 팬들의 환대에 힘이 났는지 렌던은 5타수 3안타로 맹타를 쳤다. 경기는 워싱턴의 3-2 승리.
‘MLB.com’에 따르면 렌던은 “구장에 오면 2019년 월드시리즈 우승 간판이 걸려있어 안 볼 수 없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모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구장에 오자마자 특별한 추억이 떠올랐다. 돌아오니 좋다”고 모처럼 밟은 미소를 지었다.
워싱턴 시절 렌던은 주전 3루수이자 중심타자로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2011년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워싱턴에 지명된 뒤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한 렌던은 2019년까지 7시즌 통산 916경기 타율 2할9푼(3424타수 994안타) 136홈런 546타점 OPS .859로 활약했다. 5시즌을 130경기 이상 건강하게 뛰며 꾸준하게 활약했다. 특히 2019년에는 146경기 타율 3할1푼9리(545타수 174안타) 34홈런 126타점 OPS 1.010으로 최고 시즌을 보내며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워싱턴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우승까지 한 만큼 좋은 기억밖에 없다. 렌던은 “12년 전 워싱턴에 와서 스캇 헤어스턴, 제이슨 워스, 채드 트레이시 같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많이 배웠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며 “이제는 내가 베테랑으로서 다른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우승한 뒤 FA 시장에 나간 렌던은 7년 2억45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에인절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에인절스에서 5년간 236경기 타율 2할4푼8리(859타수 213안타) 22홈런 17타점 OPS .734로 성적이 급락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시간이 너무 길었다.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만 8경기를 결장한 렌던은 2021년 104경기, 2022년 115경기, 지난해 119경기, 올해 80경기를 결장했다. 4년째 시즌의 절반 이상을 날린 것이다.
2021년 사타구니, 무릎, 햄스트링, 고관절, 2022년 손목 수술, 지난해 사타구니, 손목, 정강이, 올해 햄스트링, 허리를 다쳐 4년간 무려 11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 기간 출장(184경기)보다 결장(418경기)이 두 배 이상 많은 ‘유리몸’으로 전락했다.
올해 초에는 “야구가 내게 우선 순위였던 적이 없다. 야구는 직업이고,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한다. 가족이 우선이고, 야구를 떠날 수도 있다”, “시즌을 단축해야 한다. 경기수가 너무 많다. 어서 줄여야 한다” 등 워크에식을 의심케 하는 망언으로 빈축을 샀다. 워싱턴 시절 동료였던 올스타 6회 투수 조나단 파펠본은 “렌던과 같이 뛰어봤는데 야구를 싫어하는 선수다. 내가 에인절스 단장이었으면 최대한 빨리 렌던을 없애고 싶었을 것이다. 이대로 놔두면 클럽하우스의 암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렌던과 에인절스의 계약은 올 시즌이 끝나도 2026년까지 2시즌 더 남아있다. 에인절스 팀 내에선 그래도 렌던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론 워싱턴 에인절스 감독은 “렌던은 워싱턴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지금 우리 팀 클럽하우스에서도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마이크 트라웃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우리 팀에 남은 유일한 베테랑이다. 어린 선수들이 의지할 수 있는 선수”라며 베테랑으로서 렌던의 가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