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신하균 “가장 위험한 쥐새끼 오너의 도덕적 해이!”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4.08.11 12: 35

[OSEN=김재동 객원기자] “오랫동안 JU건설을 갉아먹은 가장 위험한 쥐새끼를 잡을 겁니다.”
10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의 감사팀장 신차일(신하균 분)의 말이다. 신차일은 오너측 비자금 감사를 실시하며 ‘가장 위험한 쥐새끼’란 표현을 사용했다. 즉 ‘오너=쥐새끼’란 인식에 다름 아니다.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이용된 페이퍼컴퍼니는 ‘아치클 디자인’. 6년 전부터 JU건설은 협력건축설계업체들로 하여금 아치클과 입면설계협력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아치클의 전체 매출 400억원은 모두 JU건설을 통해 발생했다.

6년 전이면 전 사장 황건웅(이도엽 분)의 사고 전. 즉 400억원은 황건웅의 비자금이란 얘기다. 하지만 황건웅이 의식불명 상태의 사고를 당한 후에도 아치클은 계속 활동을 이어간다. 누군가 황건웅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왔다는 정황이다.
옥중의 서길표(김홍파 분)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두 사람. 즉 황세웅(정문성 분)과 황대웅(진구 분)뿐이라 단정하고 신차일도 동의한다.
그런 판에 의식을 되찾던 황건웅이 갑자기 세상을 뜬다. 신차일은 비자금의 새로운 주인이 황건웅의 컴백에 위기감을 느껴 손을 썼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결국 원주인 황건웅이 됐건, 새주인 황세웅, 혹은 황대웅이 됐건 신차일이 보기에 이들 오너들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쥐새끼들인 것이다.
기업이 만든 비자금은 주로 탈세행위나 각종 불법 행위를 통해 모은 돈을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관리하고 있는 자금을 말한다. 비자금 조성만으로는 불법행위가 아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탈세, 배임, 횡령 등 불법영득의사(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하려는 의사)가 반영된 위법행위들이 처벌 대상이 된다.
아치클은 미국 현지에서 공모전을 열어 국내 협력설계업체들에 보낼 입면도를 획득한다. 외국학생작품의 경우 국내에서 적발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이 수정을 하면 하는대로 그렇게 실적만 올리면 JU측이 설계비를 과다계상해서 대금을 송금해 비자금을 조성해왔다.
서길표가 받아챙긴 리베이트 정도는 푼돈으로 보이는 어마어마한 규모. 신차일이 보기에 오너들의 도덕적 해이야말로 무수한 가정을 책임지는 기업의 가장 위험한 인자가 아닐 수 없다.
여러 정황은 한 사람, 황대웅을 가리킨다. 신차일로선 모범생스타일의 황세웅보단 회사를 위해서라면 불법 편법을 개의치 않는 황대웅의 성정이 맘에 걸린다. 드라마는 이 상황이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 신차일의 마음에도 들지 않음을 넌지시 드러낸다. 가령 병원 주차장 CCTV에서 황대웅을 발견한 신차일의 눈동자가 낙담하듯 아래로 깔리는가 하면, 어쩐지 웅크린듯한 그 뒷 모습을 잡으며 빠지는 카메라 워크에는 3초 가량을 할애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황대웅이 “뭐야? 우리 좀 친해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섭섭해!”라 말한 것처럼 신차일도 황대웅에게 일종의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음을, 그리고 그 마음을 다시 닫아야 하는 상황이 곤혹스러움을 보여주고자 하는 연출의도가 엿보인다.
신차일의 감정이 어떻든 간에 죽은 황건웅의 병실 침입자가 떨어뜨린 지포라이터 역시 황대웅이 분실한 것으로 보여 황대웅의 위기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황건웅의 금고지기는 채종우(허준석 분)임이 드러났다. 서길표의 예측대로 황세웅, 황대웅 모두 채종우의 실체를 알고 있었던 모양. 황세웅은 율령공장에 있던 채종우를 외주구매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황대웅 역시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 비자금 계좌의 새 주인이 되자면 누가 됐든 금고지기를 회유하는 것이 선결조건임은 자명하다.
그런 점에서 황대웅과 채종우의 첫 만남은 시사적이다. 부임 인사를 온 채종우를 바라보는 황대웅의 시선은 썩 탐탁치 않다. 이내 웃음을 흘리며 “잘 알지. 건웅이형 때부터 일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잖아.”란 대사에서는 비아냥도 느껴진다. 그런 황대웅이 내민 손을 맞잡는 채종우의 표정에도 불편함이 서려있다. 황대웅으로선 맘에 안들지만 억지춘향격으로 끌어안아야 할 인물이 채종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채종우는 황세웅의 편에서 그 동안 황대웅의 뒷배가 되었던 국토부 안 차관에게 뇌물을 건네며 황대웅을 손절하도록 만드는 공작을 펼치는 판이니.
금고지기는 확인됐다. 개를 때리면 주인이 나서는 법. 신차일은 채종우를 직접 압박한다. “두 가지 선택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혼자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해고 및 형사 고발 된다. 둘째, 진짜 실소유주가 누군지 말하고 선처를 받는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채종우가 찾아 나선 인물. 그가 비자금의 새 주인이고 황건웅의 죽음에 관여돼있다. 채종우 미행에 나선 신차일. 하지만 채종우는 누군가에 당해 쓰러져 있고 이어진 전기충격기 급습에 신차일 마저 정신을 잃는다. 두 사람을 방치한 채 불을 지르고 현장을 벗어나는 인물. 실눈을 뜬 신차일의 망막에 황세웅의 모습이 맺힌다.
의문 하나. 황세웅은 불법채용비리 감사를 다룬 10화에서 신차일에게 감사받을 준비하라고 통보하기 전 누군가와 통화했다. “아무 일 없죠?..누가 찾은 적은 없어요?..그런 걱정을 왜 하죠?..조만간 일이 있을테니까 대기하세요. 다시 연락할게요.” 이 대화의 상대는 누굴까? 신차일을 작심하고 해고하려는 타이밍이니 인사팀 정혜영(박예니 분) 대리의 아버지인 사채업자 정사장일 수도 있지만 무언가 중요한 쓰임새가 있는 인물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한 회를 남겨둔 ‘감사합니다’. 황대웅 아닌 황세웅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 제법 안도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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