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22승 커리어가 무색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5강 싸움을 위해 데려온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28)가 갈수록 실망스러운 투구로 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5이닝도 버거워할 줄은 누구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바리아는 지난 11일 대전 키움전에 선발등판했지만 4이닝 9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바리아가 일찍 무너진 한화는 3-7로 졌다. 지난달 21일 이후 21일 만에 연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1회 시작부터 불안했다. 투아웃을 잘 잡아놓고 5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가릴 것 없이 던지는 족족 맞았다. 2회에도 안타 2개를 허용하며 이어진 1사 1,3루에서 송성문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초구 몸쪽 낮게 던진 시속 147km 투심 패스트볼이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3회에도 선두타자 원성준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2구째 시속 134km 슬라이더가 한복판에 몰렸고, 원성준이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우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어간 솔로포. 지난 6일 대구 삼성전에 이어 2경기 연속 2피홈런 경기가 됐다. 최근 4경기 연속 홈런을 맞는 등 장타 허용이 급증하고 있다.
4회는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3회까지 7점을 내주면서 경기 흐름이 일찌감치 키움 쪽으로 넘어갔다. 한화는 5회부터 불펜을 가동했고, 바리아는 2경기 연속 4이닝으로 끝났다.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4이닝 만에 교체됐다.
이날까지 바리아의 시즌 전체 성적은 12경기(57⅔이닝) 4승4패 평균자책점 5.31. 삼진 53개를 잡으며 볼넷은 12개밖에 주지 않았지만 피홈런 7개 포함 피안타율이 3할대(.311)로 높다. 5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전체 투수 66명 중 7번째 높은 피안타율. 외국인 투수 19명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11일 키움전에서 바리아는 직구 구속이 최고 시속 152km, 평균 148km로 측정됐다. 빠른 공을 던지지만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 영향으로 보인다. 직구와 주무기 슬라이더를 빼면 타자를 유인할 공이 없다.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밋밋하다. 좌타자 상대 무기가 없으니 우타자(.275)에게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좌타자(.338) 피안타율이 훨씬 높다. 이날 키움전에도 피안타 9개 중 7개가 좌타자에게 얻어맞은 것이었다.
요즘 국내 타자들은 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노림수를 갖고 들어가면 정타를 만들어낸다. 슬라이더 외에는 강력한 변화구가 없고, 바깥쪽 위주로 던지다 보니 패턴이 단조롭다. 타자들이 구종이나 코스 노림수를 갖고 들어가기 좋다. 유리한 카운트를 점해도 결정구가 약해 투구수가 늘어나고, 이닝 소화력도 떨어진다. 12경기 중 5회를 넘기지 못한 게 6경기. 외국인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이닝 소화력인데 이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곤란하다.
한화는 지난 5월말 펠릭스 페냐를 방출하며 바리아를 총액 55만 달러에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22승의 경력자로 주목받았다.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데뷔 첫 해부터 선발 10승을 거뒀고, 2022년에는 불펜으로 평균자책점 2점대(2.61)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지난해부터 성적이 떨어졌고, 올해는 트리플A에만 머물렀지만 그동안 커리어나 28세의 젊은 나이로 볼 때 실패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시즌 중 데려올 수 있는 투수로는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6월초 김경문 감독 부임과 함께 선발진에 합류하며 ‘5강 청부사’로 기대를 모은 바리아는 첫 3경기에서 두 번의 퀄리티 스타트로 2승을 거두며 1점대(1.69) 평균자책점으로 호투했다. 김경문 감독에게 개인 통산 900승과 대전 홈경기 첫 승을 선물했지만 이후 상대팀들에 분석이 되며 쉽게 공략당하고 있다. 리그 적응을 논할 시기도 지났는데 갈수록 좋지 않다.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이 4점대(4.38)였던 바리아가 한국에 와서 5점대(5.31)를 기록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5이닝도 버거워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미국에서 최근 몇 년간 불펜으로 던져 긴 이닝 소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5경기 연속 1회부터 실점을 하며 총 11점을 내줄 정도로 초반에 약한 모습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바리아의 부진에 5강 희망을 높이던 한화도 21일 만에 2연패를 당하며 주춤했다. 5강 승부수로 데려온 선수가 팀의 발목을 잡으며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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