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을 자극한 것일까?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경기에서 연장 접전끝에 5-4로 승리했다. 박병호가 결승홈런 포함 2홈런 3타점 3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고 데이비드 레예스가 5이닝 3실점, 불펜진이 1실점으로 막고 KIA전 6연패를 끊었다.
흥미로운 대목이 막판 생겼다. 마무리 오승환의 등판시점이 미묘했다. 연장 11회초 박병호가 KIA 이형범을 상대로 좌월홈런을 터트렸다. 볼카운트 3-1로 불리하자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온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드디어 승리의 기운이 삼성쪽으로 흘렀다.
11회말 한 점차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에 올라온 선수는 익숙한 얼굴이 아니었다. 배번 37번을 달고 있는 우완 최하늘이었다. KIA 첫 타자는 김선빈이었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마무리 오승환이 등장하는 장면인데도 박진만 감독의 선택은 최하늘이었다. 파격적이면서도 변칙적인 기용이었다.
최하늘은 올해 KIA를 상대로 5경기에서 실점이 없었다. 김선빈과는 3타수 1안타였다. 4월까지는 든든한 계투요원으로 제몫을 했으나 5월부터 부진에 빠졌고 6월초 구위회복을 위해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후 두 달만에 돌아왔고 한 점 차에서 마무리로 복귀 등판을 시킨 것이다.
오승환은 김선빈에게 올해 2타수 2안타를 맞았다. 올해 KIA 타자들에게 유난히 약해 평균자책점 10점대가 넘었다. 역전패를 여러차례 당했는데 오승환의 부진이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앞선 9일 경기에서는 9회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안타를 맞고 2실점 역전을 내주었다. 시즌 6번째 블론세이브였다.
박감독은 다음날 취재진 브리핑에서 "앞으로 불펜활용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 1이닝씩 끊어가지 않고 짧게 던지거나 컨디션 좋으면 2이닝도 소화한다. 오승환도 마지막(마무리) 투수가 아니다. 그 이전에도 나올 수 있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보직에 관계없이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을 적극 뒷문지기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작년에도 비슷한 변칙운용을 한 적이 있었다.
최하늘이 등판하자 오승환은 황동재 등과 함께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여차하면 등판할 태세였다. 최하늘은 첫 타자 김선빈을 막지 못하고 좌전안타를 맞았다. 감독의 기대에 응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박감독은 바로 오승환을 호출했다. 42살의 클로저는 세 타자를 삼진과 범타 2개로 요리하고 한 점 차를 지켰다. 결과적으로 독해진 박진만 감독의 변칙 기용이 오승환의 전투력을 끌어올린 셈이 됐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