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다른 선수가 됐다. 던질 곳이 없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28)을 향해 타팀의 한 감독은 이런 표현을 했다. 지난해까지 평범한 주전 선수였는데 올해는 리그 톱클래스 타자로 급성장했다.
송성문은 지난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2회 승기를 굳히는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2022년 13개를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14홈런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80타점을 고지도 밟았다. 시즌 82타점. 둘 다 커리어 하이 기록으로 올해 키움 팀 내에서도 최다 기록이다.
경기 후 송성문은 “어제(10일) 경기가 끝나고 2022시즌과 홈런, 타점 기록이 같다는 걸 알게 됐다. 동시에 기록 경신을 달성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안주하지 않고 오늘까지만 기뻐하겠다. 내일부터 다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2일 현재 송성문은 팀 내 최다 106경기에 출장, 타율 3할4푼3리(382타수 131안타) 14홈런 82타점 60득점 46볼넷 64삼진 11도루 출루율 .409 장타율 .516 OPS .925를 기록 중이다. 타율·안타 5위, 출루율 6위, 타점 7위, OPS 8위, 장타율 10위로 주요 타격 부문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타고투저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눈에 띄는 성적 상승이다. 3루 수비력도 정상급이다. 300이닝 이상 3루 수비를 본 선수 11명 중 최소 실책(3개)으로 안정적이다. 원래도 수비에서 반응 속도가 좋은 선수였는데 올해는 약점이던 송구 정확성이 향상됐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WAR도 야수 전체 3위(4.16)에 오를 만큼 공수에서 대단한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3루수 중에선 ‘MVP 1순위’ 김도영(KIA·5.45) 다음 가는 활약이다. KBO리그 최연소 30홈런-30도루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김도영의 성적이 워낙 압도적이라 송성문이 조금 가려진 면이 있다. 김도영만 없었더라면 3루수 골든글러브로 손색없다.
원래부터 타격 재능이 있었던 선수이고, 포스트시즌 36경기 통산 타율 3할5푼1리(111타수 39안타) 3홈런 24타점 OPS .953을 기록할 만큼 큰 경기에도 무척 강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은 기복이 심했고, 꾸준함을 이어가지 못했다.
올해는 아예 다른 선수가 됐다는 말을 들을 만큼 달라졌다. 타격과 수비뿐만 아니라 주루에서 집중력도 대단하다. 지난 8일 고척 SSG전. 6회말 2사 1,3루에서 변상권의 유격수 키 넘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때 1루 주자 송성문은 상대 수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2~3루를 지나 홈까지 쇄도했다. SSG 중견수 최지훈이 2루로 공을 넘기며 느슨하게 움직인 사이 송성문은 3루 베이스코치 멈춤 신호에도 멈추지 않고 홈으로 뛰어 추가 득점을 올렸다. 3-0으로 스코어를 벌린 결정적인 주루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그 주루 플레이를 보고 우리 선수들이 느낀 바가 많았을 것이다. 김혜성만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라는 것을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그런 플레이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며 “김혜성과 케미가 워낙 좋다. 둘이 서로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의견을 공유하다 보니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주장을 맡은 뒤 책임감도 커지고, 경기에서의 집중력도 한층 더 높아졌다”고 칭찬했다.
지난 6월4일부터 송성문은 김혜성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넘겨받았다. 보통 주장을 맡으면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리는 선수들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송성문은 완장을 차고 훨훨 날고 있다. 52경기 타율 3할7푼1리(210타수 78안타) 8홈런 49타점 OPS .985로 성적이 더 좋아졌다.
키움은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이 무릎 부상으로, 최고참 이용규도 발가락 골절로 시즌 아웃됐다. 김혜성도 목에 담 증세로 최근 5경기 연속 결장했다. 하지만 송성문이 김혜성이 빠진 2루 자리에 들어가 공수에서 팀을 지탱했다. 순위는 10위이지만 역대 꼴찌팀 중에서 두 번째 높은 승률(.444)을 기록할 만큼 키움은 어느 팀도 쉽게 볼 수 없는 야구를 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 열세에도 탈꼴찌를 바라본다. 그 중심에 송성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