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태업 논란 속에 1군 엔트리 제외된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27)와 결별한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멕시칸리그에서 뛰고 있는 좌투좌타 1루수 르윈 디아즈(28)와 계약에 합의했다. 취업 비자 발급을 비롯한 행정 절차가 완료되면 정식 발표가 있을 듯하다.
전반기를 마친 뒤 데이비드 맥키넌을 방출한 삼성은 대체 외국인 타자로 카데나스를 지난달 10일 총액 47만7000달러에 영입했다. 지난달 19일 대구 롯데전에 데뷔한 카데나스는 20일 첫 홈런을 신고한 뒤 21일 9회말 끝내기 역전 투런 홈런으로 포효했다.
삼성의 복덩이 외국인 타자로 떠오르는가 싶었지만 기쁨은 잠시. 26일 대구 KT전에서 1회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허리를 잡고 교체됐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차일피일 복귀를 미루더니 지난 6일 대구 한화전에서 8회말 대타로 나와서 삼진을 당했다. 이어 9회초 중견수 수비 때 설렁설렁 타구를 잡은 뒤 느슨한 2루 송구로 2루타를 내주며 교체된 뒤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병원 검진은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대학 시절부터 척추전방전위증을 앓았던 카데나스는 조심스러웠다. 산책 수비 이후 태업 논란이 불거지면서 삼성과 카데나스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었고, 빠르게 대체 외국인 타자를 찾았다. 2위 싸움 중인 상황에서 15일까지 KBO 선수 등록을 마쳐야 포스트시즌 출전 가능하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지만 멕시칸리그에서 뛰던 디아즈와 계약 합의를 봤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디아즈는 188cm 105kg 체격 조건을 갖춘 좌투좌타 1루수로 2020~2022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메이저리그 3시즌 경력이 있다. 통산 112경기를 뛰며 타율 1할8푼1리(321타수 58안타) 13홈런 27타점 19볼넷 99삼진 출루율 .227 장타율 .340 OPS .567의 성적을 냈다.
메이저리그에선 성공하지 못했지만 트리플A 3시즌 통산 성적은 274경기 타율 2할5푼8리(1017타수 262안타) 56홈런 179타점 출루율 .341 장타율 .479 OPS .819를 기록했다. 2021년 20개, 2022년 19개, 지난해 17개의 홈런으로 장타력을 보여줬다.
올해는 멕시칸리그에서 뛰고 있다. 피라타스 데 캄페체에서 시즌을 시작해 디아블로스 로호스 델 멕시코로 이적하며 75경기 타율 3할7푼6리(269타수 101안타) 19홈런 77타점 출루율 .452 장타율 .647 OPS 1.099를 기록했다. 극단의 타고투저 리그이긴 하지만 장타율 3위, 타율·출루율·OPS 4위, 타점 5위, 홈런 6위로 리그 상위권에 올라있다.
포지션은 1루수로 제한적이지만 삼성 팀 사정상 즉시 데려올 수 있는 타격이 되는 선수가 필요하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지난 1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외국인 타자는 수비보다 타격이 좋아야 한다. 포지션보다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디아즈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디아즈로서도 한국행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일 것이다. 2013년 7월 미네소타 트윈스와 아마추어 FA 계약을 한 디아즈는 오랜 기간 떠돌이 생활을 했다. 2019년 7월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된 뒤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지만 2022년 시즌을 마친 뒤 6주 사이 무려 5번이나 양도 지명(DFA) 통보를 받으며 지긋지긋한 방출 대기 상태에 계속 놓였다.
2022년 11월16일 마이애미에서 DFA 된 뒤 일주일 만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클레임을 받아 이적했다. 당시 피츠버그가 디아즈를 영입하면서 DFA로 정리한 선수가 한국인 박효준. 하지만 디아즈의 DFA 행진은 이게 시작이었다. 12월1일 피츠버그에서 DFA 이후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옮겼고, 12월22일 또 DFA 처리된 뒤 이틀이 지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이적했다. 그런데 5일 만에 또 DFA 처리됐고, 해를 바꿔 2023년 1월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디아즈를 데려갔다.
이번에도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1월12일 볼티모어가 디아즈를 DFA 처리했고, 원하는 팀이 나오지 않아 마이너리그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로 소속이 이관했다. 6주 사이 마이애미→피츠버그→볼티모어→애틀랜타→볼티모어로 5번이나 DFA로 방출 대기 신세가 되며 소속이 계속 바뀌었다. 선수 이동이 활발한 메이저리그라도 단기간 이렇게 계속 팀이 바뀐 케이스는 드물다. 40인 로스터 끄트머리에 있는 선수다 보니 신분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