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했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발진에 예상치 못한 부상 악재가 발생했다. 올 시즌 삼성 마운드의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좌완 이승현이 왼쪽 햄스트링을 다쳐 최소 한 달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삼성은 지난 12일 이승현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승현 선수는 왼쪽 햄스트링 부분 손상으로 4주 가량 재활 및 회복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상원고를 졸업한 뒤 2021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이승현은 지난해까지 계투 요원으로 뛰었다. FA 시장에서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하며 계투진 강화를 꾀한 삼성은 이승현의 선발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겨울 호주 프로야구리그 애들레이드 자이언츠 소속으로 선발 수업을 받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승현은 12일 현재 17경기에 등판해 6승 4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특히 6월 한 달간 5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로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6월 월간 MVP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만 감독은 “이승현은 선발진의 보배다. 이승현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라며 “항상 5선발이 걱정이었는데 이승현이 잘해주면서 불식시켰고 선발진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발 전향 첫해부터 가장 믿을 만한 카드로 우뚝 선 이승현은 “불펜에 있을 때보다 훨씬 편하게 던질 수 있다. 긴 이닝을 던져도 힘들다는 걸 못 느끼고 볼넷 허용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줄어 들었다. 내 공을 던질 수 있어 선발이 더 좋다”고 말했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은 이승현의 성공적인 선발 안착에 한몫했다. 이승현은 “항상 태인이 형을 보고 많은 걸 배웠고 태인이 형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고 경기할 때 플러스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또 “옆에서 보기만 해도 배울 게 너무나 많다. 태인이 형은 어릴 적부터 팀의 핵심 선수로서 책임감이 강했는데 이제는 삼성 라이온즈의 에이스로서 책임감이 아주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승현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안 아픈 게 첫 번째 목표다. 그거 말고 없다. 안 아파야 기록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안 아픈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한 달간 자리를 비우게 됐다.
이승현의 부상 공백은 누가 메울지 관심이 모아진다. 상무 출신 김윤수와 올 시즌 5선발 후보였던 이호성은 컨디션 관리가 필요한 상황. 1차 지명 출신 최채흥과 황동재가 대체 선발 후보로 꼽힌다. 2020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완성한 최채흥은 올 시즌 퓨처스 무대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에 나섰고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25를 남겼다.
최채흥은 6월 19일 KIA를 상대로 3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했고 6월 28일 KIA전 선발로 나서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4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1군 무대에서는 계투 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7경기에 나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56을 기록 중이다.
황동재는 올 시즌 1군 첫 등판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지난 6월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 선발로 나서 5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총투구수 72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9개. 최고 구속 149km까지 나왔고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적절히 활용했다. 황동재는 최근 불펜 투수로 활약 중이지만 최채흥과 마찬가지로 대체 선발로 투입 가능한 카드다.
이승현의 전력 이탈로 선발진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삼성. 1차 지명 출신 최채흥과 황동재가 대체 선발로 나서 반전투를 뽐내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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