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혁이를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염 감독도 감동받았다, 이게 바로 LG의 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8.14 06: 30

“오늘은 칭찬할 게 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운을 뗐다. 직전 경기였던 지난 11일 잠실 NC전 4-3 끝내기 역전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고참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에 감동받은 모습이었다. 
이날 LG는 1-1 동점으로 맞선 9회초 실책으로 2점을 내줬다. 2사 2,3루에서 NC 김성욱의 3루수 정면 땅볼 타구를 구본혁(27)이 놓친 것이다. 바운드를 맞추지 못했고, 옆으로 튄 공을 몸으로라도 막아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수비가 좋기로 소문난 구본혁이지만 평범한 타구에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범했다. 실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9회초 동점 상황에서 나온 게 치명적이었다. 

LG 박동원(왼쪽)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구본혁과 기뻐하고 있다. 구본혁은 9회초 역전을 허용하는 실책을 범했다. 2024.08.11 / jpnews@osen.co.kr

9회초 2사 2,3루에서 LG 구본혁이 NC 김성욱의 3루땅볼에 실책을 범하며 2실점, 역전을 허용하고 있다. 2024.08.11 / jpnews@osen.co.kr

하지만 LG는 곧 이어진 9회말 오스틴 딘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한 뒤 문보경의 2루타, 김현수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2루에서 박동원의 좌익수 키 넘어가는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4-3 짜릿한 역전승 거뒀다. 덕아웃에서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보던 구본혁이 가장 먼저 박동원에게 달려가 진한 포옹을 나눴다. 
4-3 끝내기 역전승이란 결과도 좋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실책 이후 덕아웃 모습이 더욱 좋았던 모양이다. 염 감독은 “본혁이가 실책을 하고 들어왔을 때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나 고민했다. 우리가 써야 할 선수니까 멘탈이 무너지지 않게 어떻게 살려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현수, (오)지환이를 중심으로 (박)동원이, (박)해민이, (홍)창기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본혁이한테 가서 위로를 하더라. 코칭스태프들이 해야 할 일을 고참들이 해줬다”고 말했다. 
구본혁으로선 멘탈이 붕괴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고참들이 다가가 “본혁아 괜찮아. 뒤집을 수 있어. 이기면 돼”라고 격려하며 움츠러든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염 감독은 “고참들이 말한 대로 경기를 진짜 뒤집었다. 본혁이한테 엄청난 위로가 됐을 것이다. 형들이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9회초 2사 2,3루에서 LG 구본혁이 NC 김성욱의 3루땅볼에 실책을 범하며 역전을 허용, 이닝을 마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2024.08.11 / jpnews@osen.co.kr
경기를 마치고 LG 구본혁(오른쪽)이 끝내기 안타를 친 박동원과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4.08.11 / jpnews@osen.co.kr
이어 염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할 일이 없을 정도로 고참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걸 보고 우리 팀이 좋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구나 싶었다. 지금 고참들이 경기와 훈련 방식뿐만 아니라 리더십 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칭찬하고 싶다. 나중에 본혁이도 고참이 되면 그렇게 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면서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과거 LG는 선수단 분위기가 경직되고, 끈끈한 힘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2018년 김현수가 합류한 뒤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었고, 지난해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기점으로 선수단 전체가 하나로 뭉치는 팀워크가 다져졌다. 
염 감독은 “누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서로 극복하기 노력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조직이 잘 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고참들이 잘해줘서 엄청 고맙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내가 있든 없든 앞으로 10년은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LG의 미래는 밝다. 예전에 갖고 있던 LG 문화랑은 완전히 다르다. 전력 외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장담했다. 
끝내기 안타를 친 LG 박동원이 동료선수들과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4.08.11 / jpnews@osen.co.kr
끝내기로 이긴 LG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4.08.11 / jpnews@osen.co.kr
13일 한화전에도 LG는 동료들의 실수를 극복하는 야구로 이겼다. 2-2 동점으로 맞선 9회초 무사 2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시도한 안익훈이 초구에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 흐름이 끊길 뻔 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홍창기가 좌전 적시타로 2루 주자 박해민을 홈에 불러들여 결승점을 냈다. 안익훈의 번트 실패를 지운 한 방이었다. 
계속된 1사 2루에선 신민재의 유격수 땅볼 때 홍창기가 굳이 3루를 노리다 아웃됐고, 2사 1루에선 신민재도 투수 견제에 걸려 1루에서 아웃됐다. 두 번의 주루 미스로 흐름이 바뀔 수도 있었지만 9회말 마무리투수 유영찬이 차단했다. 볼넷 1개만 허용하며 나머지 3타자를 잡고 3-2 승리를 지켰다. 동료들의 실수를 덮어버린 ‘팀 승리’였다. 
최근 5연승을 질주한 2위 LG는 59승48패2무(승률 .551)를 마크, 1위 KIA(64승45패2무 승률 .587)에 4경기 차이를 유지했다. 쉽지 않지만 포기할 격차는 아니다. 홍창기는 “작년에 1위를 할 때는 쫓기는 입장이었다. 확실히 쫓기는 것보다 쫓아가는 게 마음 편하다. 야구는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며 끝까지 1위 추격을 다짐했다.
LG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4.07.04 / ksl0919@osen.co.kr
LG 염경엽 감독이 홍창기와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4.05.28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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