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으로 유명한 '원영적 사고'의 그, 장원영도 '팬심'을 빙자한 극성에는 혀를 내둘렀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사생팬도 아깝다는 '사생범'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 범죄에 가까운 선을 넘은 집착에 절제가 요구된다.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은 최근 팬들에게 "내가 가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이 내게 핸드폰이나 카메라부터 밀어붙이면 조금 당황스럽다. 팬들처럼 다정하고, 조금 날 배려해주면 너무너무 고마울 것 같다. 어제 같은 콘서트나 내가 있는 곳에 오면 내가 누구보다 다정하게 인사해주겠다. 내가 있는 곳으로 날 만나러 오라"라는 글을 남겼다.
이는 장원영이 팬덤과 유료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버블을 통해 남긴 말이었다. 인기 아이돌인 아이브 팬들 중 일부가 이용하는 플랫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원영의 호소가 담긴 글은 곧바로 팬들 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어투는 상냥했으나, 팬들에게 당혹감을 털어놓은 장원영의 고백이 경종을 울린 여파다.
글에서 특정인을 지칭진 않았으나 장원영이 밝힌 바와 같이 '개인적인 시간에도, 처음 보는 장원영을 향해 카메라부터 밀어붙이는 , 팬들처럼 다정하게 배려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 아이브 팬들이나 대중은 '사생'이나 다름 없는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방송이나 공연 같은 공식적인 일이 아닌 스타의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무분별하게 따라붙고 집착하는 양상이 극성스러운 사생들의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타들이 극성스러운 팬들에게 노출되고 피해를 입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등장인물 중 삼천포(김성균 분)가 서태지의 열렬한 팬인 여자친구 조윤진(민도희 분)을 위해 은퇴 선언한 서태지의 집에서 변기마저 뜯어왔을까. 스타들의 집이 노출되고, 스타의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담벼락을 에워싸는 팬들이 있어도 과거엔 그저 '극성팬'일 뿐이었다. 일부 과격한 청소년들의 일탈처럼 여겨지기도 했거니와, 연예인과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했던 시기와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던 시기가 맞물리며 빚어진 촌극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동방신기로 대표되는 소위 2세대 아이돌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단순한 극성스러운 일부 팬들을 넘어 '사생'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음악방송과 예능 및 방송 출연, 각종 공연이 활발하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타의 사생활까지 관심갖고 쫓아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스타들의 휴식조차 방해하던 몰지각한 팬들을 가리켜 '사생'이라고 부르게 된 것.
문제는 이들의 극성스러움이 실질적인 피해와 범죄로 이어진 일이다. 주거 침입은 예사였다. 과거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탄 차량이 '사생택시'의 추격을 피하려다 전복되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 끔찍한 사고였음에도 사정을 모르는 신규 유입된 해외 팬들의 한국 방문에 눈 먼 돈을 벌기 위해 '사생택시' 영업을 하는 일부 택시 기사들은 여전했다. 이에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잘 모르는 외국 친구들한테 웃으면서 삥 뜯지마요, 아저씨들. 웃으면서 애들 등 쳐먹는거 양아치 같으니까"라고 거센 비판을 날렸을 정도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슈퍼주니어의 교통사고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적어도 국내 팬들이나 이러한 사정에 익숙한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사생'은 지향하는 바가 됐다. 우연한 목격담 외에 공식적인 스케줄이 아닌 순간 스타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한류와 함께 K팝 산업이 성장하고 동시에 팬덤 문화도 시간이 지나 성숙해진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생'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잔존한 실정이다. 오히려 SNS를 통해 스타들이 일거수일투족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전시하고 활용하는 문화가 만연해지며 사생활 추적을 비판하는 경각심도 일면 옅어지기도 했다.
덩달아 다시금 사생택시들도 판을 치는 모양새다. 동방신기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이 SNS를 통해 "구간마다 기다리는 사생택시들"이라며 피해를 호소한 것. 그는 "손님이 쫓아가달래서 가야한다는 드라이버들, 차안에서 무전으로 작전 수행하듯 한 사람의 소중한 시간과 감정을 짓밟는 괴롭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당신들. 정말 프로다운 프로세스가 여전했다"라고 사생택시를 비꼬았다.
또한 김재중은 "어제 (사생)차량 전부 블랙박스 영상 포함, 촬영해 앞으로도 더 수집할 예정이다. 사생활과 인간의 고통을 수집하는 당신들은 큰 처벌을 받길 바란다. '재중 씨가 결혼하시면 식장에도 꼭 찾아가겠다'라는 무서운 한 마디를 아직도 잘 기억한다. 잘 지켜주셔서 꼭 징역 사셨으면 좋겠다"라며 분노했고. 그러면서도 "20년, 딱 여기까지만 하자. 밥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뒤로 돌아보는 습관이 오랜만에 생겼다. 당신들 돈벌이에 도망다니는 도로 위 시간, 이젠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느냐"라고 호소까지 덧붙였다.
데뷔한 지 20년, 이 시간을 버텨온 김재중도 이골이 나서 호소하는 '사생' 피해. 이제는 아이즈원까지 데뷔 6년 만인 장원영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원영적 사고'로 유명한 장원영이 팬들에게 부정적인 상황이나 감정에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어떤 경우에도 사생활 침해는 범죄일 뿐, 결코 '럭키비키'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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