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잊은 걸까. 공영방송 KBS가 광복절이 되자마자 기미가요와 기모노가 등장하는 오페라를 편성하고 기상 예보에서는 태극기를 잘못 그린 촌극으로 비판을 자아내고 있다.
오늘(15일) 자정께 KBS 1TV에서 방송된 'KBS 중계석'에서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 방송됐다.
'나비부인'은 일본 여성과 미국 해군 장교의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월 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바 있다. 'KBS 중계석'은 문화예술 전 부문에 걸쳐 공연 및 이벤트를 녹화, 해설 및 연주자들과의 인터뷰와 함께 방송함으로써 고급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지난 6월 29일 국내에서 상연된 '나비부인' 촬영분을 편성했다.
문제는 오늘이 '광복절'이라는 것. 국경일인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다. 이에 식민통치의 애환과 일제강점기의 비통함을 되새기며 광복의 기쁨과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리기 마련이다.
'나비부인'은 오페라 작곡으로 유명한 푸치니의 명작으로 평가받을지는 몰라도, 왜색이 짙은 작품이다. 19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기미가요가 등장하고 기모노를 입은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적어도 광복절에 공영방송인 KBS, 그 중에서도 교양 성향이 강한 1TV에 편성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작품이다.
더불어 광복절 오전 KBS는 1TV에 '제 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 직전 기상 예보를 전하며 태극기를 뒤집어 그린 인포그래픽으로 충격을 더했다. 태극기의 사괘인 건·곤·감·리 중 '건'의 위치가 반대로 뒤집혀 오른쪽에 위치한 것. '나비부인' 편성으로 분노한 시청자들에게 국경일에 국기의 그래픽조차 실수한 KBS의 대참사가 공분을 더했다.
이와 관련 KBS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했다. 입장문에서 KBS는 "공연 예술 녹화 중계 프로그램인 'KBS 중계석' 프로그램과 관련해, 시청자분들께 우려와 실망을 끼친 점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라고 운을 떼며 "오페라 '나비부인'은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작품으로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와 일본인 여자의 비극적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극 중 주인공 남녀의 결혼식 장면에서 미국국가와 일본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된다. 당초 6월 29일에 공연이 녹화되었고,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되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바뀐 일정을 고려하여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정확히 확인,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 관련해서 오늘 밤 방송 예정이었던 '나비부인 2부'는 다른 공연 방송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상 예보의 잘못된 태극기 그림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어떤 경위로 문제가 발생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KBS 관계자는 OSEN에 "관련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답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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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