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2홈런 타자가 어떻게 거포로 성장했을까?
KIA 타이거즈 천재타자 김도영(20)이 KBO리그에 새 역사를 썼다. 1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선발출전해 5회 시즌 30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3-1으로 앞선 5회 1사 1루에서 키움 좌완 선발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의 초구 시속 149km 직구를 통타해 130m짜리 중월 투런아치를 그렸다.
역대 9번째이자 선수로는 7명째이다. 타이거즈는 세 번째이다. 아울러 만 20세10개월13일째, 개인 111경기 만에 성공해 최연소 및 최단경기 30-30 신기록까지 함께 세웠다. 종전 최연소 기록은 1996년 박재홍의 22세11개월27일이다. 최단경기는 2015년 테임즈의 112경기였다. 고졸 3년차에 만 21살이 되지 않는 나이에 새 역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도영은 홈런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타자였다. 2022시즌 루키시절은 254타석에 들어서 3홈런을 터트렸고 2023시즌은 385타석에서 7홈런을 기록했다. 고교시절에도 나무배트를 사용하는 이유도 작용했지만 3년 통산 2홈런에 그쳤다. 스스로도 "나는 홈런을 치는 타자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갑자기 30홈런까지 터트리며 대기록을 세웠으니 비결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선배 나성범과의 만남이었다. 프로 1년을 보내면서 스태미너와 파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2023시즌 개막 2경기만에 발등골절상으로 이탈했다. 당시 종아리 근막손상으로 개막전부터 빠진 나성범과 기나긴 재활을 함께 했다. 벌크업의 대가와 매일 붙어다니며 저절로 근력 운동을 배웠다. 몸에 근육과 힘이 붙으면서 타구의 거리나 속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히 2024 스프링캠프에서 이범호 신임 감독과 홍세완 타격코치의 새로운 미션을 받았다. 발사각을 좀 더 높여서 외야타구를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병살타를 줄이기 위해서는 땅볼 보다는 뜬공이 많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주문을 했다. 특히 김도영은 리드오프형 타자가 아닌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발사각 조정을 더욱 강조했다.
홍코치는 "지난 2월 감독님과 스프링캠프때 이야기 했던 것이 있다. 도영이의 타구스피드가 워낙 빨랐다. 예전처럼 라이너타구를 치는 연습을 해봤는데 막상 경기중에는 땅볼 비율이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외야로 띄워치는 훈련을 하자고 말씀 하셨고 도영에게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 아래쪽으로 방망이가 들어가는 훈련이었다. 그것을 단기간에 소화하기는 쉽지 않는데 도영이는 달랐다. 의외로 빨리 습득을 했다. 요즘 투수들이 투심, 체인지업 떨어지는 변화구를 많이 던진다. 그냥 치면 땅볼인데 도영이는 띄워서 치는 것이 대단했다. 예전에는 몸쪽과 바깥쪽 볼에 방망이가 나갔는데 이제는 자신의 코스와 스트라이크존을 정립했다. 타고난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도영은 이감독이 주문하는대로 4월부터 대형홈런을 마구마구 터트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 KBO리그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작성하며 30-30을 예고했다. 지난 6월 23일 한화와의 광주경기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4회 130m짜리 중월솔로홈런을 날려 20홈런-20도루에 성공했다. 7월23일 광주 NC전에서는 단다-2루타-3루타-홈런까지 차례로 터트리며 최소타석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진기록도 달성했다.
대망의 30-30 클럽에 가입하면서 남은 시즌 '40홈런-40도루'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남은경기에서 10홈런과 8도루를 추가해야 가능하다. 도루는 가능하겠지만 홈런은 쉽지 않다. 체력부담을 딛고 4월의 몰아치기 능력을 보여주어야 달성할 수 있다. 다 30-30 부담을 털어낸 만큼 스윙도 달라질 수 있어 기대해봄직하다. 올해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룰 것이라는 기대만도 대단한 일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