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불과 3주 만에 5위에서 9위로 순위가 수직 하락했다. 중심타자 박건우(34)가 사구 부상으로 이탈한 뒤 벌어진 일이다.
NC는 지난 16일 창원 삼성전에서 3-7로 패했다. 지난 6일 사직 롯데전부터 최근 8연패를 당한 NC는 49승59패2무(승률 .454)로 승패 마진이 -10까지 떨어졌다. 8연패와 함께 8위 자리를 한화에 내준 NC는 시즌 첫 9위로 떨어졌다. 5위 SSG와 격차가 5경기로 벌어지면서 10위 키움에 2경기 쫓기는 신세. 2018년 이후 6년 만에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5월까지만 해도 NC가 이렇게 아래로 내려갈 줄은 누구도 예상 못했다. 시즌 전에는 지난해 MVP를 차지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에릭 페디의 공백이 우려됐지만 카일 하트라는 새로운 에이스를 데려와 투타 조화 속에 기대 이상 성적을 냈다. 5월22일까지 2위를 달리며 1위 KIA를 추격했다.
그러나 5월말 갑작스런 투수진 붕괴 속에 8연패를 당하며 5~6위 중위권으로 내려왔다. 이후 5할 승률 언저리에서 아슬아슬한 레이스를 이어갔지만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4일 창원 SSG전에서 주장 손아섭이 수비 중 동료 박민우와 충돌로 왼쪽 무릎 후방십자인대가 손상됐다. 복귀 기약이 어려운 상태로 이탈했다.
손아섭이 빠졌지만 후반기 첫 13경기를 7승6패로 선전하며 5강 싸움 이어간 NC. 그러나 지난달 27일 창원 롯데전에서 더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3회 박건우가 상대 투수 박세웅의 7구째 직구에 오른쪽 손목을 맞은 것이다.
공에 맞는 순간 쓰러지며 타석에서 벗어난 박건우는 발을 동동 구르며 통증을 호소했다. 구급차를 차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박건우는 손목 골절이 의심됐고, 재검진 결과 오른쪽 척골 골절 및 손목 인대 손상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됐지만 6주간 단계적 고정 치료 및 재활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감각을 끌어올리는 실전 준비 시간까지 감안하면 1군 복귀는 9월말이나 가능하다.
손아섭에 이어 박건우마저 이탈하자 NC는 완전히 무너졌다. 박건우가 부상을 당한 다음날부터 15경기에서 2승13패(승률 .133)로 급추락했다. 이 기간 팀 타율 7위(.282), OPS 4위(.802)로 전체적인 타격 기록은 나쁘지 않지만 7회 이후 2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최저 타율(.188)로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결정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 상황에서 타율 3할8푼3리(47타수 18안타)로 강했던 해결사 박건우의 공백이 크다. 8연패 기간 NC는 1점차 3경기, 2점차 1경기로 1점이 아쉬웠다.
박건우는 부상 전까지 89경기 타율 3할4푼3리(323타수 111안타) 13홈런 53타점 OPS .951로 활약했다. 타율 5위로 타격왕도 넘볼 수 있는 기세였으나 부상으로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NC의 시즌도 박건우 사구와 함께 끝난 것 같은 느낌을 정도로 하락폭이 크다.
사실 타선보다 더 심각한 건 마운드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10위(6.01)로 투수력이 무너졌다. 투수 3관왕 페이스를 보이던 하트가 지난달 31일 고척 키움전을 끝으로 감기 몸살에 따른 컨디션 저하로 8월 내내 개점 휴업 중이고, 다니엘 카스타노를 방출하는 결단 속에 데려온 에릭 요키시도 2경기 2패 평균자책점 15.75로 부진하다. 2경기 연속 피홈런 2개로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핵심 선발 신민혁도 팔꿈치 통증으로 7월말부터 8월초까지 로테이션을 두 번 걸렀다. 선발 쪽에 구멍이 생기면서 불펜도 점점 고갈되고 있다. 핵심 필승조 김영규와 김재열이 각각 어깨, 등 부상으로 이탈했는데 마무리투수 이용찬의 부진도 오래 간다. 후반기 11경기 2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11.42로 무너졌다. 피안타율 4할5푼5리로 난타를 당하고 있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은 한참 전에 지났고,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도 쓴 NC로선 지금 상황을 반전시킬 강력한 카드가 없다. 마운드에선 에이스 하트의 복귀와 요키시의 구위 회복에 기대를 걸 수 있지만 박건우, 손아섭의 복귀 시기가 불투명한 야수 쪽에선 기대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다. 설상가상 16일 삼성전에선 ‘홈런 1위’ 맷 데이비슨마저 4회 안타를 친 뒤 왼쪽 내전근 긴장 증세로 교체됐다.
악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NC는 17일 삼성전 선발투수로 우완 신민혁을 내세워 8연패 탈출을 노린다. 삼성은 허리 통증으로 이탈한 데니 레예스의 자리에 이호성을 2군에서 올렸다. 선발 매치 우위를 점한 NC로선 연패 탈출 기회다. 만약 이날마저 패하면 2018년 4월5일 마산 삼성전부터 4월15일 문학 SK전까지 기록한 9연패를 6년 만에 재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