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일본 국가와 일본 전통 복식이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해 논란을 빚은 KBS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밤 12시, KBS1은 지난 6월 29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오페라 ‘나비부인’ 녹화본을 내보냈다.
‘나비부인’은 미국인 장교와 일본인 여성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두 주인공의 결혼식 장면에서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됐고, 여주인공은 일본 전통 복식 기모노를 입었다. 광복절에 공영방송에서 기미가요가 나오고 일본 전통 복식을 입은 장면을 송출했다는 점이 국민적으로 공분을 샀다.
KBS는 “당초 7월 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하게 됐다”며 “바뀐 일정을 고려해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적확히 확인·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 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KBS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고, 재방송 편성도 다른 공연 방송으로 대체하며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 직전 방송된 날씨 예보에서는 기상캐스터가 서울의 날씨를 소개하는 중 화면 왼쪽에 표시된 태극기 그래픽이 잘못 사용됐다.
광복절이라는 시기에, ‘공영방송’이 저지른 실수는 눈살을 찌푸리기 충분했다. 계속된 질타에 박민 사장은 16일 임원 회의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국민들께 불쾌감을 드린 데 대해 집행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부사장 주재의 태스크포스를 즉각 발족해 제도 개선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식입장과 사장의 사과에도 대중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분노한 대중들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박민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수신료 납부 거부 의사를 담은 글을 적었고, KBS가 반드시 답변해야 하는 1000명의 동의를 얻은 글만 해도 20건 이상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참담하다”, “광복절에 기미가요라니 치가 떨린다”, “우리나라 방송국이 맞느냐”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18일 방심위에 따르면 관련 민원이 28건 접수됨에 따라 오는 19일 전체 회의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신속 심의 안건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신속 심의 안건으로 지정되면 2주 후 심의하게 되며 방심위는 전례에 따라 법정 제재 이상의 중징계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BS 중계석 홈페이지에 게재된 ‘나비부인’ VOD는 내려간 상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