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갈 수 있어요. 지명만 된다면…” 농구 레전드의 혼혈 조카, 왜 KBO 뛰고 싶어할까 [오!쎈 이천]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4.08.19 18: 40

신장 198cm-체중 110kg. 얼핏 보기에 농구에 적합한 체격이지만, 야구를 택했다. 그리고 미국, 한국 이중국적이면서 한국에서 프로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만일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될 경우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하지만, 양제이(22)에게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9일 오전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2025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을 개최했다. 
트라이아웃은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선수, 고교·대학 중퇴 선수 등 총 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당초 16명이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우완투수 임태진(25)이 불참하면서 총 15명이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테스트를 실시했다.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양제이 / backlight@osen.co.kr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양제이 / backlight@osen.co.kr

이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우완투수 양제이였다. 양제이는 한국프로농구 레전드 출신 양동근 코치의 조카로, KBL이 아닌 KBO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장 198cm-체중 110kg의 우월한 신체 조건을 지닌 양제이는 긴 팔과 높은 타점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강속구를 내리 꽂았다. 투구폼, 제구력에서는 약점이 노출됐지만, 구위와 힘 하나만큼은 프로 현역 선수 못지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A구단 스카우트에 따르면 양제이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 평균 142~143km가 측정됐다. 
트라이아웃을 마치고 만난 양제이는 “느낌이 좋았는데 구속이 안 나와서 조금 아쉽다. 미국에 있을 때는 152km까지 나왔다”라며 “그렇게 떨리진 않았다. 몸이 좋았고, 힘도 있었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도 잘 구사했다. 다만 날씨가 조금 더웠고, 구속이 나오지 않은 게 아쉽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양제이는 지난 2002년 5월 2일 양동근 코치의 친누나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며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던 도중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님을 미국에 두고 홀로 한국에 왔다.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양제이 / KBO 제공
이날 현장에서 만난 양제이의 외조모에 따르면 양제이는 생화학 쪽으로 진로를 택해도 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했다. 최근 대학원까지 합격한 터. 그런데 왜 야구선수의 길을 택했을까. 
양제이는 “미국에서 152km까지 구속이 나왔을 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렇게 끝내기가 아까워서 한국에서 야구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삼촌(양동근)의 권유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해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중국적자인 양제이가 신인드래프트에서 KBO리그 구단의 지명을 받을 경우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불과해 수년간 2군에서 선수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양제이는 “그런 부분은 괜찮다. 2군에서 많이 뛰면 야구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군대, 2군 생활 모두) 인내할 각오가 돼 있다”라며 “2군에서 많이 뛰고 구속을 올려서 1군에서 뛰면 된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삼촌이 레전드로 뛰었던 농구가 아닌 야구일까. 신체조건도 농구에 가까운 데 말이다. 양제이는 “처음에 농구를 해보고 싶었는데 발목이 좋지 않았다. 농구에 비해 야구는 많이 안 뛰어도 된다. 처음 야구했을 때 공도 잘 치고, 어깨도 괜찮고, 힘도 좋아서 계속 야구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양제이 / KBO 제공
양제이가 KBO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기까지 ‘삼촌’ 양동근 코치의 세심한 관리와 조언이 있었다. 양제이는 “삼촌이 평소에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오늘 트라이아웃 오기 전에도 떨지 말고 편하게 100% 보여주고 오라는 말을 해주셨다. 재작년 한국에 와서 삼촌과 같이 잠실 두산-키움전을 보러간 적도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미국 대학야구에서 뛰던 양제이는 지난달 독립야구단 화성시 코리요에 입단해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야구를 배우며 이번 트라이아웃을 준비했다. 
양제이는 “코리요 코치님들께 많이 배우면서 좋아졌다. 미국에서는 공부를 해야 돼서 연습 시간이 부족했다. 한국에서는 야구만 배울 수 있어서 좋다”라며 “미국 대학야구는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 취미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독립야구팀은 어떻게든 경기를 이기려고 한다. 그 부분이 좋다”라고 미국과 다른 점을 설명했다.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양제이의 외조부모 / backlight@osen.co.kr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가운데 롤모델을 묻자 주저 없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을 언급했다. 양제이는 “류현진 선수가 미국에서도 뛰어서 많이 봤다. 부드러운 폼을 배우고 싶다”라고 전했다. 
양제이는 현재 외조부모의 경기도 남양주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직 운전면허증이 없이 이날 이천 트라이아웃 또한 외조부모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외조부모는 양제이가 마운드에 오르자 휴대폰을 들고 손자의 일거수일투족들 담았다.
양제이는 “프로 지명을 받으면 내 차를 살 생각이다.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도 편하게 쉴 수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backlight@osen.co.kr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양제이 / 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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