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까지 잘하니 더 멋있어 보인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미남 외야수 장진혁(31)의 잠재력이 터질 기세다. 통산 최다 2347경기를 출장 중인 베테랑 포수 강민호(삼성)도 인정한 한화의 숨은 재능이 이제야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장진혁은 지난 18일 문학 SSG전에서 데뷔 첫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4타점을 올렸다. 4회 SSG 좌완 선발 오원석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좌월 스리런 홈런을 폭발하더니 9회 우완 조병현의 2구째 가운데 높은 직구를 받아쳐 우월 솔로포로 장식했다. 밀고 당겨서 멀티 홈런.
그 전날(17일) SSG전에는 7회 교체로 나와 9회 우완 신헌민의 5구째 높은 직구를 우월 솔로포 장식한 장진혁은 8월 14경기 타율 3할3푼3리(42타수 14안타) 4홈런 10타점 출루율 .404 장타율 .714 OPS 1.118로 맹타를 치고 있다. 한화가 8월 3위(9승6패 승률 .600)로 가을야구 희망을 살린 데에는 2번과 9번 타순을 오가며 활약 중인 장진혁의 지분도 있다.
올 시즌 전체 성적은 68경기 타율 2할5푼1리(191타수 48안타) 8홈런 31타점 11도루 출루율 .330 장타율 .424 OPS .754.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과 타점을 기록하면서 출루율, 장타율, OPS 등 비율 기록이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중견수가 늘 고민이었던 한화였는데 이제 점차 장진혁의 자리가 되어가고 있다.
광주제일고-단국대 출신 우투좌타 외야수로 2016년 2차 4라운드 전체 39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장진혁은 2018년 부임한 한용덕 감독 눈에 띄어 1군에 데뷔했다. 184cm 90kg 좋은 체격 조건에 빠른 발, 강한 어깨, 부드러운 스윙을 지녀 가능성을 주목받았다. 2019년 113경기를 뛰면서 타율 2할5푼4리(315타수 80안타) 1홈런 24타점 13도루 OPS .666으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그 이후 군입대로 공백기를 갖는 등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좋은 자질을 지녔지만 조용한 성향으로 인해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다는 내부 평가가 많았다. 외부에서도 그렇게 봤다. 삼성 포수 강민호도 지난해 연말 ‘한화 레전드’ 김태균의 개인 방송에 나와 노시환, 문동주를 빼고 한화에서 좋아 보이는 선수로 장진혁을 꼽으며 “포수를 하면서 보면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다. 어깨도 좋고, 발도 빠르다. 다만 성격이 내성적인 것 같더라. 경기장에서 보면 조용조용하고, 뭔가 표현이 없다. 성격을 바꾸고 밝게 하면 야구 잘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웃을 때 보조개가 일품인 장진혁이지만 야구장에선 표정이 별로 없다. 삼성전에선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포수 강민호가 장진혁을 보곤 “웃어, 웃으면서 해”라고 말하곤 한다. 강민호의 진심을 장진혁도 느꼈다. 그는 “강민호 선배님이 웃으면 야구 진짜 잘할 것 같다고 매번 말씀하신다. 따로 인연은 없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다들 나를 좋게 보는데 내가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나 자신한테 조금 더 믿음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 1군 스프링캠프 탈락으로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기회를 기다리며 묵묵히 준비했다. 4월 첫 콜업 후 일주일 만에 2군으로 내려갔으나 5월 중순 다시 콜업된 뒤 1군에 계속 남았다. 발 빠른 선수를 선호하는 김경문 감독이 6월에 부임하면서 출장 기회가 대폭 늘었고, 이제는 주전급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경문 감독 부임 후 51경기에서 타율 2할6푼2리(149타수 39안타) 6홈런 26타점 6도루 OPS .782로 스텝업했다. 지난 6월10일 청주 키움전에선 데뷔 첫 만루 홈런도 쳤다. 김경문 감독은 “나이가 서른살이 된 걸로 아는데 야구에 눈을 뜨고 잘할 때가 됐다. 장점인 다리를 잘 살리고, 필요할 때 타점도 올려준다”고 칭찬했다.
이후 기복이 있긴 했지만 김 감독은 꾸준히 장진혁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잘 맞을 때는 2번 테이블세터에 놓고, 그렇지 않을 때도 9번 하위타순으로 썼다. 장진혁도 “감독님께서 야구장에선 우물쭈물대지 말고 과감하게, 터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루하루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항상 경기에 나가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장진혁은 대학 시절 길거리 캐스팅을 받을 만큼 훤칠한 외모를 자랑한다. 잘생긴 얼굴에 전형적인 모델 체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경문 감독도 “우리 팀에 잘생긴 선수가 많다”며 늘 장진혁을 언급하는데 “야구 잘하면 조금 더 잘생겨 보일 것이다. 야구 선수는 야구를 잘할 때가 제일 멋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문 감독 말대로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입은 장진혁이 더욱 멋있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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