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햄 파이터즈 신조 쓰요시 감독의 인생 역전 스토리
[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주말(17일)이다. 오사카 인근 고시엔 구장이 인파로 가득하다.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 8강전이 한창인 탓이다.
오전 첫 경기로 예정된 후쿠오카 대표 서일본단기대 부속고와 교토국제고의 일전이 열리기 직전이다. 야구장이 갑자기 소란스럽다. 관중석에 나타난 누군가 때문이다. 흰 티에 검은색 선글라스 차림이다.
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사인과 사진 요청이 끝도 없다. 이 장면을 취재하려는 수십 명의 보도진도 북새통을 이룬다. 심지어 그라운드의 선수들도 힐끗거리기 바쁘다. 경기 진행이 어려운 지경이다.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도 크다.
급기야 장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잠시 후 첫 경기가 시작됩니다. 관중 여러분께서는 질서 유지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안내 멘트가 이어진다. “장내에 계신 신조 감독께서는 위쪽에 마련된 별실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회 본부가 예정에 없던 VIP용 스위트 룸의 문을 열었다.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격리(?)가 어쩔 수 없었다.
아이돌 같은 인기의 주인공은 신조 쓰요시(52)다. 니혼햄 파이터즈의 현직 감독이다. 그는 모교(서일본단기대 부속고교)를 응원하기 위해 고시엔을 찾았다.
신조 감독은 현역 시절 11년간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었다. 이날 무대였던 고시엔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고시엔의 스타’가 돌아온 셈이다. (그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모교는 0-4로 패했다. 상대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교토국제고였다.)
소름 끼칠 정도로 야구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3할을 넘긴 적도 없다. 홈런을 많이 치는 것도 아니다. 발이 빠르고, 수비가 좋은 외야수(중견수) 정도로 평가된다. 몇몇 기발한 플레이가 팬들의 기억에 선명하다. 이를테면 고의4구 하려고 뺀 공을 때려 적시타로 만든 것 같은 일이다(1999년 요미우리전).
스타일이 좋고, 쇼맨십이 강하다. 그래서 더 인기를 끌었다. 따지고 보면 야구인보다는 연예인에 가깝다. 그래서 2022년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2년 연속 꼴찌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신조가 감독감이라고 생각하는 야구인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말도 공공연했다.
파격적인 팀 운영도 망설이지 않는다. SNS로 선발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공 2개 연속 스퀴즈 플레이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러면서 성적도 낸다. 줄곧 리그 2~3위권을 지킨다. 덕분에 ‘신조 매직’이라는 말도 생겼다. 전설의 명장 노무라 가쓰야(2020년 타계)를 닮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의 인기는 현역 감독 중 독보적이다. 말 한마디, 손짓 하나가 모두 기사가 된다. 이날 고시엔 구장에서 보여준 것 같은 뜨거움이 단적인 예다. 일본 매스컴은 ‘신조 피버(Fever)’라고 부른다. 파이터즈의 홈구장(에스콘 필드)은 늘 팬들로 북적인다.
야구계의 평판과 비슷하다. 그의 인생은 부침이 심했다. 나락으로 떨어진 시기도 겪었다. 현역에서 물러난 직후다. 모아둔 재산 전부를 잃었다. 본인 피셜로 피해액은 20억 엔(약 180억 원)이 넘는다. 관리하던 어머니가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탓이다. 그의 나이 35세 때였다(2007년).
발리 섬에서 즐기던 은퇴 생활도 모두 끝났다. 그 무렵을 이렇게 회고한다.
“단칸방에서 살아야 했다. 월세가 3만 엔(약 27만 원)이었다. 냉장고와 주방 시설은 따로 없었다. 공동으로 이용했다. 그때는 하루 600엔(5400원)만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정말로 극빈자 생활이었다.”
이후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패션모델, 야구 해설자…. 어디서든 부르면 나갔다. 토크의 소재는 하루 아침에 망한 자신의 스토리다.
“(2006년) 우승 퍼레이드 때가 인생의 전성기였다. (겨울 연가의 배용준) 욘사마 차림으로 나가서 몸에 걸친 것들을 하나씩 팬들에게 나눠줬다. 10만 엔(약 90만 원)짜리 팔찌도 흔쾌히 벗어줬다. 차도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를 몰았다. 그런데 이제는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그런 얘기로 좌중을 웃겼다.
올해가 감독 3년째다. 첫 계약은 2년짜리였다. 작년 말로 끝났다. 경질이 예상됐지만, 1년이 연장됐다. 일단은 올 시즌이 마지막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라면, 재계약은 당연해 보인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본인이 엉뚱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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