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손자, KBO서 뛰면 군대 가야하는데…농구 전설 키워낸 할머니는 달랐다 “그것 또한 새로운 도전”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4.08.20 09: 40

대한민국 프로농구 전설을 키워낸 할머니는 달랐다. 이중국적인 손자가 KBO리그에 입성할 경우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하지만, “그 또한 새로운 도전”이라며 손자의 꿈을 응원하고, 성공을 기원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관중석에서 폭염을 개의치 않고 초조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한 노부부가 있었으니 트라이아웃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혼혈 선수’ 양제이(22)의 외조부모였다. 

양제이와 외조부모 / backlight@osen.co.kr

양제이의 외조부모 양제신-신영숙 씨 / backlight@osen.co.kr

양제신(74)-신영숙(72) 부부는 대한민국 프로농구의 레전드 양동근 현대모비스 수석코치의 부모다. 아들이 지난 2020년 3월 은퇴한 뒤로 전설의 부모가 아닌 경기도 남양주시의 거주하는 평범한 노부부로 4년 넘게 살았는데 세월이 흘러 미국에 사는 손자가 돌연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며 야구장을 처음 찾게 됐다. 
양제이는 지난 2002년 5월 2일 양동근 코치의 친누나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재학 도중 부모님과 미국으로 떠난 그는 오벨린 대학교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며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다가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님을 미국에 두고 홀로 한국에 왔다. 
양제이는 지난 7월부터 남양주시 외갓집에서 생활하면서 독립야구단 화성시 코리요에 입단해 이번 트라이아웃을 준비했다. 
현장에서 만난 양제이의 외조모 신영숙 씨는 “확실히 아들(양동근)과 손자는 다른 거 같다. 아들이 운동했을 때는 젊으니까 그냥 하는가보다 했는데 손자는 안쓰럽다. 더운 날에 너무 힘들어하고 땀도 많이 흘린다. (양)제이는 체격만 컸지 하는 짓은 아직 아기다. 그래서 더 안쓰럽다”라고 말했다. 
양제이 / KBO 제공
노부부는 손자가 미국에서 공부를 잘했기에 처음에는 KBO 도전이 납득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양제신 씨는 “제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장학생이었다. 대학원 또한 장학생으로 뽑혀셔 들어갔다”라며 “대학원 가서도 야구팀에서 계속 뛰길 희망했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한국에 가서 체계적으로 배워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신영숙 씨는 “솔직히 그냥 손자가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본인이 한 번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여기서 잘 안 되면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했으니 하는 데까지 밀어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손자는 이날 신장 198cm-110kg의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묵직한 강속구로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투구폼, 제구력에서는 약점이 노출됐지만, 구위와 힘은 프로 선수 못지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A구단 스카우트에 따르면 양제이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 평균 142~143km가 측정됐다. “평범한 수준이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달라질 수도 있다”라는 평가도 받았다. 
양제이 / backlight@osen.co.kr
이중국적자(한국, 미국)인 양제이는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을 경우 국내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양제이 또한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한국 땅을 밟았고, “꿈을 이룰 수만 있다면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군 복무도 할 생각이다”라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외할머니의 생각도 같았다. 신영숙씨는 “물론 본인이 가고 싶지는 않겠지만, 난 항상 사회생활도 그렇고 하고 싶으면 도전해 보라는 생각이다. 제이한테 다 맡기는 것이다. 삼촌(양동근)도 군 생활은 한 순간이니 여러 체험을 해보는 게 좋다는 말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제이가 만약에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는다면 눈물이 날 거 같다. 제이가 야구를 잘하면 정말 즐거울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양제이 / KBO 제공
19일 트라이아웃을 후회 없이 마친 양제이는 내달 11일 대망의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신영숙 씨는 “제이가 지금까지 너무 잘했고, 힘들었는데 드래프트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양제신 씨는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지만,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게 더 많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고 손자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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