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는 어느 때보다 전력 평준화가 됐다. 1위 KIA의 승률은 5할대(.596)이고, 10위 키움도 4할대(.439) 승률을 기록 중이다. 1위와 꼴찌의 승률 차이(.159)는 1983년(.122), 2001년(.152)에 이어 3번째로 적다. 각각 6개 구단, 8개 구단 체제 시절로 2015년부터 이어진 10개 구단 체제에서 이렇게 1~10위 차이가 적게 난 적은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전력 평준화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천적 관계. 상하위 순위를 떠나 특정 팀간 극단적 상성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는 시즌이다. 20일부터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리는 주중 3연전 잠실 SSG-LG전, 수원 키움-KT전, 광주 롯데-KIA전, 포항 두산-삼성전, 청주 NC-한화전은 올해 KBO리그 먹이사슬의 집약판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부러 이렇게 맞추기도 힘든 천적 관계 3연전이 5개 구장에서 동시에 벌어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매치는 두산-삼성전이다. 삼성이 두산에 10승2패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이 4월과 6월 대구 홈에서 두산과의 3연전을 두 차례나 스윕했다. 삼성의 영구결번 레전드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이란 점에서 흥미로운 천적 관계. 지난해에는 이승엽 감독의 두산이 삼성에 11승5패로 우위를 점했는데 올해는 반대 양상이다. 2위 삼성, 4위 두산 모두 상위권 순위 다툼 중이라 물러설 데 없는 3연전이다.
롯데-KIA도 이상한 천적 관계다. 8위 롯데가 1위 KIA에 7승3패1위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KIA가 올해 유이하게 상대 전적 열세인 팀이 두산(6승8패1무)과 롯데다. 지난 6월25일 사직 경기에선 4회초까지 14-1, 무려 13점 차로 크게 앞서던 경기를 역전당했다 가까스로 15-15 무승부로 끝내는 등 롯데만 만나면 유독 잘 안 풀린다. 지난 주말 잠실 LG전을 싹쓸이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KIA의 기세가 롯데 상대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키움-KT도 극단적인 상성을 보이고 있다. KT가 키움에 9승1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다. 시즌 첫 대결만 키움이 이겼을 뿐 이후 9경기를 전부 KT가 승리하며 상대 전적 9연승을 달리고 있다. 2~3위 삼성(6승5패), LG(7승4패) 상대로 우위인 키움은 공포의 꼴찌로 불릴 만큼 경쟁력 있는 팀이지만 KT한테 꼼짝 못했다. 키움은 20일 3연전 첫 경기에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선발투수로 내세워 KT전 9연패 탈출을 노린다.
NC-한화의 관계의 흥미롭다. NC가 한화에 7승1패2무로 앞서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NC는 5년 연속 한화전 상대 전적 우세를 보였다. 오래된 천적 관계로 그만큼 양 팀간 전력 차이가 존재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NC가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창단 첫 10연패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최근 20경기 14승6패 승률 7할로 질주하며 5강 싸움에 뛰어든 한화를 만나게 됐다. 천적 관계가 이어질지, 아니면 깨질지 궁금한 3연전이다.
SSG-LG도 천적 관계가 형성됐다. 7승2패1무로 LG 우세. 지난해에도 LG가 SSG에 12승4패로 우위를 점했는데 2년째 상성이 이어지고 있다. SSG 전신 SK에서 단장, 감독을 지낸 염경엽 LG 감독 존재를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LG는 지난 주말 3연전에서 KIA에 충격의 3연패를 당하며 3위로 내려앉아 반등이 필요한 시점에 SSG를 만난다. 홈에서 한화에 스윕을 내준 SSG도 5위 자리를 안심할 수 없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주중 3연전 결과에 따라 순위 싸움도 요동칠 전망이다. KIA가 5.5경기 차로 넉넉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4위 삼성, LG, 두산은 2경기 차이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5~8위 SSG, KT, 한화, 롯데도 불과 2.5경기 차이로 어느 팀이 5강 막차 티켓을 따내도 이상하지 않다. 천적 관계 특성상 연승과 연패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주중 3연전이 끝난 뒤 순위표가 어떻게 바뀌어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