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드래프트 미지명 좌절을 겪은 지도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이제는 방황을 끝내고 학창시절 절친 이주형(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프로 무대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
지난 19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개최된 2025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투수 8명, 야수 7명이 참가한 트라아이웃. 이들 가운데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선수는 한국프로농구의 레전드 양동근(현대모비스 코치)의 조카 양제이(22)였지만,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의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선수는 따로 있었다. 경남고-동의대를 거쳐 독립리그에서 프로의 꿈을 키운 2001년생 우완투수 이준우(23)였다.
이준우는 이날 10개 구단 스카우트가 보는 앞에서 묵직한 직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은 146km로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구속을 뛰어넘는 구위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장에서 만난 A구단 스카우트는 “오늘 투수들 중 이준우의 투구가 가장 눈에 띄었다”라고 평가했다.
트라이아웃 종료 후 만난 이준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의 시간을 기다려서 그런지 확실히 긴장은 많이 됐다. 그래도 마운드에 올라가서 몇 개 던지니까 긴장이 풀려서 잘 마무리한 거 같다”라고 후련한 소감을 전했다.
이준우는 경남고 3학년 시절이었던 2019년 개최된 2020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 미지명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동의대로 진학해 3학년을 마치고 중퇴했고, 2023년 1월 독립야구단 성남맥파이스에 입단해 다시 프로의 꿈을 키웠다.
이준우는 “대학교 3학년 시절 기량이 부족해서 이대로 1년을 더 보내면 야구를 그만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며 “이대로 그만두기 싫어서 대학을 나와 뭐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야구를 열심히 했다.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봐야 후회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독립야구단에서 기량도 좋아지고, 구속도 올랐다”라고 지난 5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어 “이번에도 안 되면 군대를 가고 야구를 그만둘 생각으로 여기에 왔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을 먹고 트라이아웃 마운드에 올랐다”라고 덧붙였다.
트라이아웃에서 혹시 보여주지 못한 게 있냐는 질문에는 “실전 경기만큼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실전에서는 최고 148km까지 나온다”답하며 “나는 모든 카운트의 변화구를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원래 제구가 괜찮은 투수였는데 구속도 보완돼서 경기 때 쏠쏠히 쓸 수 있는 투수다”라고 셀프 어필을 했다.
알고 보니 이준우는 경남고 시절 실력이 출중한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했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제2의 이정후’로 불리는 이주형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며, 최준용(롯데 자이언츠), 전의산(SSG 랜더스), 김승일(한화 이글스) 등과 경남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준우는 “(이)주형이랑 (김)승일이가 긴장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 응원을 해줬다. 오늘(19일)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나온 이민석(두산 베어스)이 데려다줬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트라이아웃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준우는 내달 11일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리는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이준우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간절히 바라는 것뿐이다. 마음 편하게 신인드래프트를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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