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 제가 생각하는 대로 제구가 잘 되어 다행이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잠수함 투수 김대우가 공 3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잠재웠다.
삼성은 지난 20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앞선 8회초 수비 때 김재호의 볼넷, 이유찬의 중전 안타로 1사 1,2루 위기에 놓였다.
임창민 대신 좌완 이상민이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정수빈을 2루 땅볼로 유도했다. 이유찬이 2루에서 아웃되며 2사 1,3루가 됐다. 이상민에 이어 김대우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타석에는 제러드 영. 김대우는 두산 타자 가운데 가장 타격감이 좋은 제러드를 상대로 공 3개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커브 3개를 연달아 던져 1,3루 위기 탈출을 이끈 뒤 포효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위기 뒤 찬스, 찬스 뒤 위기’라고 했던가. 삼성은 8회말 공격 때 선두 타자 박병호가 두산 투수 김강률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1루로 걸어 나갔다. 곧이어 르윈 디아즈가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날려 타점을 올렸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삼성은 두산을 3-0으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6이닝 무4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2승째를 거둔 원태인과 데뷔 첫 3안타 경기를 완성한 디아즈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김대우의 활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제러드를 막지 못했다면 중심 타선으로 연결되어 리드를 내줬을지도 모른다.
김대우는 경기 후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 TV’를 통해 “운 좋게 제가 생각하는 대로 제구가 잘 되어 다행”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위기 탈출 후 포효한 그는 “타이트한 상황에서 장타력이 좋은 좌타자를 상대로 더 정확하게 던지려고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선발 원태인은 “오늘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몸 상태도 썩 좋은 편은 아니라 (더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고 코치님께 여기서 그만 던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불펜 투수들이 잘 막아준 덕분에 기분 좋게 모두 다 행복하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불펜 투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