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필드를 덮친 오락가락 기습성 소나기에 사령탑들이 신경전을 벌였다.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갑작기 소나기가 내리면서 중단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롯데가 5-4로 앞선 가운데 7회말 KiA 공격도중 비가 굵어지자 심판진이 선수들 철수를 선언했다. 폭우로 돌변하면 그대로 끝날 수 있는터라 양팀 모두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오후부터 태풍 종다리가 소멸되면서 광주지역의 비예보는 사라졌다. 하늘도 맑게 게인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6회부터 비가 살짝 뿌리기 시작하더니 7회말 KIA 공격에서 빗줄기가 굵어졌다. 경기도 KIA가 3-0으로 이기다 롯데가 4-3으로 역전했고 다시 4-4 동점에서 롯데가 5-4로 리드를 잡은 상태였다.
중단 상황도 미묘했다. 4-5로 뒤진 가운데 KIA 선두타자 최원준이 롯데 2루수 고승민의 실책으로 1루를 밟았고 곧바로 김도영이 좌전적시타를 날려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소크라테스와 나성범 김선빈까지 중심타선으로 연결되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구승민을 내리고 좌완 정현수로 교체했다.
정현수가 연습투구를 하는 사이에 계속 비가 내리자 김태형 감독이 나와 심판진에게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자 심판진은 요구를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다시 경기를 속개했다. 그러자 다시 김 감독이 나와 하늘을 가르키며 수비가 어렵다는 취지의 제스쳐를 취하며 재차 중단을 요청했다.
동시에 이범호 감독은 중단하지 말고 계속 경기를 이어가라는 항의를 했다. 격앙된 표정이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심판진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다시 경기를 속행하려고 했지만 빗줄기가 또 굵어지자 선수들을 철수시켰다. 경기장 정비요원들이 곧바로 대형방수포를 깔았다. 비가 그치면서 22분이 지나고서야 재개했다.
경기는 KIA가 6-5로 승리했다. 속개된 가운데 KIA가 나성범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어 8회말 2사후 변우혁의 2루타와 상대 폭투를 틈탄 대주자 김규성이 적극적으로 3루에 진출했고 박찬호의 땅볼을 롯데 3루수 손호영이 놓치면서 결승점을 뽑는데 성공했다. 9회 마무리 정해영이 한 점차를 지키고 승리했다.
전날경기에서 KIA가 3-1로 앞선 가운데 4회초 2사후 폭우가 쏟아지며 노게임이 선언된 바 있다. 롯데포비아를 겪고 있는 KIA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는 노게임이었다. 동시에 롯데에게는 행운의 폭우였다. 8월 호성적과 함께 5강을 향해 진격하는 롯데도 1승이 절실한 처지이다. 이런 상반된 감정들이 묻어나면서 감독들의 얼굴도 울그락불그락할 수 밖에 없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