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15차전이 열리기 전 포항구장.
홈팀 삼성 선수들이 한창 훈련할 시간이었으나 그라운드가 텅 비어 있었다. 이날 포항구장 지열은 50도를 웃돌 만큼 살인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삼성 선수들은 훈련 일정을 대부분 취소했다. 무더위 속에 야외 훈련은 불가능했기 때문. 그렇다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처럼 실내 연습장이 갖춰져 있는 등 훈련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원정팀 두산의 사정은 더욱 심했다. 연습 공간도 없을뿐더러 선수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열악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
최근 들어 프로야구는 폭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LG 트읜스전이 프로야구 최초로 폭염으로 취소됐고 4일 잠실구장(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전)과 울산 문수구장(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에서 예정된 경기가 모두 폭염으로 미뤄졌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도저히 경기를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그라운드 상태도 좋지 않은데 이 날씨에 경기를 치르다 선수가 다치는 일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폭염 취소)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을 위해 경기를 미루는 게 맞다”고 읍소하듯 말했다.
허삼영 경기 감독관은 고깃집 불판 온도를 잴 때 쓰는 온도계를 들고 그라운드 곳곳에 온도를 측정했다. 양팀 관계자들이 “현재 상황에서는 도저히 경기할 수 없다. 훈련을 포기한 상태”라고 하소연했지만 허삼영 감독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규정만 내세우며 유연성이 부족해 보였다. 그는 “울산에 비하면 게임도 안 된다”고 강행 의지를 보였다.
관계자들이 경기 진행이 어려운 상태라고 수 차례 이야기하자 허삼영 감독관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 곳곳을 다니며 온도만 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