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사령탑의 탓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낙관적이었던 계산이 오류로 귀결되면서 치고 올라가야 할 때, 아쉬운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다. 어쩔 수 없었던 ‘쓸놈쓸’은 결국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롯데는 21~22일 광주 KIA 원정 2경기에서 내리 역전패를 당했다. 20~22일 3연전 가운데 20일 경기는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그리고 이후 2경기는 경기 막판 수비와 불펜진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며 연달아 경기를 내줬다.
21일 경기는 초반 0-3으로 끌려갔지만 5회 노진혁의 솔로포, 손호영의 스리런 홈런으로 4점을 추가해 역전했다. 곧장 동점을 내줬지만 전준우의 솔로포로 5-4로 앞서갔다. 하지만 7회 고승민의 실책, 8회에는 손호영의 실책으로 내리 실점하면서 역전 당했다. 구승민 김상수 진해수 현재 필승조 성격의 선수들이 모두 등판했지마 뼈아프게 내줬다.
22일 경기는 불펜진의 탓을 하기에는 전체적인 경기 흐름이 안 좋았다. 경기 초반 4득점에 성공했지만 추가점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결국 KIA에 추격을 당했다. 구승민이 1⅔이닝 무실점으로 7회까지 틀어 막았지만 8회 김상수가 2피안타 1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진해수가 소크라테스에게 2타점 역전타, 나성범에게 쐐기타를 허용했다. 추가점을 뽑지 못한 타선의 문제도 지적해야 하지만 격차를 지키지 못한 불펜진의 상황과 현실도 곱씹어 봐야 했다.
이틀 연속 필승조를 쓰고도 졌다. 현재 롯데는 구승민 김상수에 진해수가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등판하고 있다. 이기는 경기, 접전의 경기에서는 항상 이들이 등판하고 있다.
그러나 필승조라고 하지만 확실한 안정감을 못 심어주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시즌 내내 불펜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롯데와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불안한 불펜진 사정 때문에 점수차에 관계 없이 이들 필승조를 써야 했다. ‘타고투저’의 양상 속에서 언제 어떻게 경기가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잡아야 할 경기는 잡고 가야 했다. 하위권에 처해 있던 롯데 입장에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했다.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부족했던 불펜진 상황 속에서 쓰는 선수만 쓰는 ‘쓸놈쓸’의 양상은 계속됐다. 그럼에도 팀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역전패는 32번으로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한다. 5회까지 앞서고 있던 경기의 승률은 7할1푼7리(33승13패)로 리그 꼴찌, 7회까지 앞서고 있을 때 승률 역시 8할4푼(42승8패1무)로 9위에 불과하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까지만 하더라도 불펜진 걱정은 없었다. “누구를 빼야 하냐”라고 고민할 정도였다. 마무리 김원중이 버티고 있고 4년 연속 20홀드의 구승민, 회춘한 베테랑 김상수, 150km 가까이 뿌릴 수 있는 구위를 갖고 있었던 최준용, 그리고 확실한 결정구(커브)를 갖고 있는 신인 전미르까지. 그리고 당초 시즌 전 구상에는 박진형 김도규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계산 착오였고 오판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예상치 못했다. 제대로 대비도 못한 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구승민이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연거푸 경기가 뒤집혔고 최준용도 힘으로 압도하지 못했고 고질적으로 괴롭혀 오던 어깨 부상의 여파가 이어졌다.
또한 나균안 이인복 등 시즌 초반 구상했던 선발진까지 완전히 무너졌다. 김진욱이 한 자리를 그나마 채워주고 있지만 5선발 자리는 매주 돌림판을 돌리고 있다. 무너진 선발진에 불안한 불펜진 사정까지 더해지며 부담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상수와 전미르에 과부하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기대했던 박진형 김도규는 시즌에 돌입하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전미르도 신인으로서 부담감을 안고 등판했고 잦은 등판으로 팔꿈치에 피로가 쌓이며 염증이 생겼다. 김상수도 구위 저하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진해수의 등판 빈도도 많아졌다. 최이준과 한현희가 번갈아 가면서 구세주로 등장할 때도 있었고 박진 김강현 송재영 정현수 등 신예 선수들이 ‘난세 영웅’을 자처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젊은 투수들에 대해 확실한 믿음을 갖기에는 어딘가 불안했고 결국 경험 있는 선수들을 더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7월에는 마무리 김원중까지 5경기 연속 실점으로 잡아야 할 경기들을 내주면서 불안감은 극에 다다랐다.
이런 가운데 최준용이 어깨 수술을 받았고 최이준도 어깨 연골이 손상되면서 시즌 아웃이 됐다. 전미르는 올 시즌 복귀가 불투명하다. 경험 있는 선수들을 선호하는 김태형 감독의 특성상 투수진 운영에서 이러한 기조가 이어졌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부담과 과부하가 집중되면서 한계에 다다르는 모습이다. 사령탑으로서도 예기치 못한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짜내고 짜내야 했지만, 가장 필요한 시점에서 힘이 부치는 듯 하다.
50승59패3무. 공동 5위 KT, SSG와는 여전히 3경기 차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불안한 불펜진, ‘쓸놈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롯데의 향후 행보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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