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실책 극복→연장 혈투 승리’ 한국계 교토국제고, 창단 첫 고시엔 우승…“힘들었지만 모두 보상받은 것 같아”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4.08.23 14: 40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창단 첫 ‘여름 고시엔’ 우승을 차지했다. 
교토국제고등학교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등학교와 연장 10회 승부치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2-1로 승리하고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양 팀은 9회까지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다. 교토국제고 선발투수 나카자키 루이는 9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9회까지 홀로 마운드를 지켰고 칸토다이이치고는 선발투수 하타나카 텟신이 6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데 이어서 사카이 하루가 9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교토국제고등학교 SNS 캡쳐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모두 9회 찬스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교토국제고는 9회초 선두타자 후지모토 하루키가 안타로 출루했다. 하세가와 하야테의 희생번트와 핫토리 후마의 진루타로 이어진 2사 3루에서는 오쿠이 소다이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지만 시미즈 우타가 3루수 땅볼을 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9회말에는 간토다이이치고가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다. 선두타자 나루이 사토시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사카모토 신타로가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4번타자이자 주장인 타카하시 텟페이는 중견수 뜬공으로 잡혔지만 에치고 슌스케가 고의4구로 걸어나갔고 코지마 소오의 타구에는 치명적인 유격수 포구 실책이 나와 2사 만루가 됐다. 끝내기 찬스에서 쿠마가이 슌스케는 우익수 뜬공으로 잡혀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승부는 연장 10회초 승부치기로 이어졌다. 교토국제고는 무사 1, 2루에서 대타 니시무라 잇키의 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카네모토 유고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이날 경기 첫 번째 득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어서 미타니 세이야가 1타점 희생플라이로 2-0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사와다 하루토의 안타로 찬스가 이어졌지만 더 이상의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간토다이이치고도 10회말 끝내기 찬스를 다시 한 번 만들었다. 무사 1, 2루에서 이치카와 아유무의 희생번트 타구에 투수 실책이 나와 무사 만루가 됐고 홀리에 타이키의 1타점 진루타로 한 점을 만회했다. 히다 유고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만루 찬스가 연결됐지만 나루이 사토시가 1루수 땅볼을 쳤고 사카모토 신타로는 헛스윙 삼진을 당해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하타나카 텟신(6이닝 무실점)-사카이 하루(3이닝 2실점 비자책)-오오고 타게루(1이닝 무실점)로 이어지는 불펜진은 역투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교토국제고는 2학년 투수 니시무라 카즈카가 연장 10회 1이닝 1볼넷 1탈삼진 1실점 비자책을 기록하며 마지막 위기를 막아내는 큰 역할을 했다. 
교토국제고등학교 SNS 캡쳐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교포들이 한국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를 전신으로 세워졌다. 1958년에는 한국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에는 일본 정부에서도 정식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가 됐다. 야구부는 1999년 창단했고 2021년 봄 고시엔에서 4강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여름 고시엔 결승에 올랐고 결국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교토 지역 고등학교가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을 한 것은 1956년 이후 68년 만이다. 
고시엔 대회에는 승리팀의 교가를 제창하는 전통이 있다. 교토국제고 교가에는 “동해 바다 건너서”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미 5번이나 고시엔 구장에 울려퍼졌다. 이날 열린 결승전에서도 교토국제고가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교가를 불렀다.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물론 정말 기쁘다.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이 꿈만 같고 머리가 새하얘진 것 같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우승한 순간 지난 2년반이 플래시백처럼 지나갔다. 힘든 순간이 더 많았지만 우승을 한 순간 모두 보상받은 것 같다. 하나가 되는 야구가 우리의 야구인데 교토 대회부터 마지막 시합까지 우리다운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정말 좋은 팀이다. 이번 우승은 우리들끼리 해낸 것이 아니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이다.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코마키 노리츠구 감독은 “어쨌든 지키고 견디고 버티는 팀이었다. 괴로운 장면이 몇 번이나 나왔지만 두 에이스가 경쟁하면서 성장했고 잘 던져줬다. 우리 팀 모두 대단한 아이들이다. 이렇게 멋진 여름방학을 선물로 줬다. 정말 고맙다”라며 웃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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