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에 1200만 원을 추가로 받는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새가슴은 그대로였다. 일본 출신 단기 외국인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또 다시 관중 울렁증에 시달리며 갈 길 바쁜 팀에 민폐를 끼쳤다.
시라카와는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3번째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 난조로 시즌 5패(4승)째를 당했다.
1회초부터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황영묵-요나단 페라자 테이블세터를 중전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김태연의 번트 실패로 한숨을 돌렸지만, 폭투와 노시환의 볼넷으로 이어진 만루에서 채은성에게 희생플라이, 장진혁 상대 스리런포를 헌납하며 승기를 내줬다. 2B-2S에서 던진 5구째 포크볼이 야속하게도 우측 담장 너머로 향했다. 이후 이도윤에게도 안타를 맞았으나 최재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간신히 첫 이닝을 끝냈다. 1회초 투구수가 무려 40개에 달했다.
2회초 첫 삼자범퇴의 기쁨도 잠시 3회초 노시환을 볼넷, 장진혁을 초구 안타로 내보내며 다시 2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번에는 이도윤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시라카와는 1-4로 뒤진 4회초 추가 실점했다. 2사 후 집중력이 아쉬웠다. 황영묵 상대 8구 승부 끝 중전안타를 맞은 뒤 폭투를 범해 득점권 위기를 자초했고, 페라자를 만나 뼈아픈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시라카와는 1-5로 뒤진 5회초 이영하에게 바통을 넘기고 조기에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89개였다.
시라카와는 어깨를 다쳐 장기 재활에 돌입한 브랜든 와델의 단기 대체자로 낙점, 지난달 10일 총액 400만 엔(약 3400만 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시라카와는 SSG 랜더스 시절과 달리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매 경기 2군급 5선발과 진배없는 투구를 반복했다. 두산 이적 후 8월 8일까지 5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1승 2패 평균자책점 7.25(22⅓이닝 18자책)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제구력이 강점으로 꼽혔지만, 22⅓이닝 동안 볼넷을 무려 21개나 헌납했다. 5경기 동안 퀄리티스타트는 ‘제로’였다.
시간이 흘러 시라카와의 계약 만료가 다가왔지만, 브랜든의 상태 호전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41일 만에 불펜피칭을 진행했을 때만 해도 복귀 전망이 밝았지만, 빌드업 과정에서 다시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모든 플랜이 중단됐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브랜든이 이번 주까지 공을 던지기 힘들 거 같다. 강수로 치면 소강 상태다. 현재로서 복귀 시점을 알 수가 없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두산은 브랜든의 기약 없는 복귀에 장고 끝 시라카와와의 재계약을 결정했다. 시라카와가 16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8이닝 4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인생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두산의 선택을 빛나게 했고, 두산은 사흘 전 총액 140만 엔(약 1270만 원)에 보름간 계약 연장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두산이 간과한 부분이 있었으니 시라카와의 ‘관중 울렁증’이었다. 시라카와는 SSG 시절부터 2만 관중 공포증의 조짐을 보였다. 6월 7일 2만678명이 들어찬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상대로 1⅓이닝 8실점(7자책) 최악투로 고개를 숙인 뼈아픈 기억이 있었다.
시라카와의 두산행이 확정됐을 당시 타자 친화적인 문학에서 투수 친화적인 잠실로 무대를 옮겨 그의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이 한층 빛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장 규모가 커지면서 오히려 선수의 멘털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라카와는 7월 1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3⅔이닝 4실점(2자책), 19일 잠실 LG 트윈스전 3이닝 5실점으로 연달아 조기 강판됐다. 두 경기 모두 잠실구장 2만3750석이 꽉 찼던 터. 그리고 전날 매진을 달성한 한화전 또한 조기 강판을 당하며 두산 이적 후 매진 3경기 평균자책점이 10.13(10⅔이닝 12자책)까지 치솟았다.
시라카와는 계약 연장으로 내달 4일까지 두산과 동행한다. 날씨, 부상 등 변수가 없는 한 향후 최대 두 차례 등판이 예상되는 가운데 치열한 순위싸움 중인 두산에 최소 1경기라도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라카와가 처음 6주 동안 받은 3400만 원은 두산 필승조 최지강의 올해 연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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