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영화 같은 40-40은 없었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40홈런-40도루 기록을 세웠다. 9월이 되기 전 40-40 달성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오타니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9회말 끝내기 만루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활약하며 다저스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오타니는 39홈런-39도루를 기록 중이었다. 대망의 40-40에 하나씩 남겨둔 상황에서 4회말 유격수 내야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시즌 40호 도루.
이어 3-3 동점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탬파베이 좌완 불펜 콜린 포셰의 초구 바깥쪽 낮게 떨어진 시속 84.3마일(135.7km)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중앙 담장 오른쪽으로 넘겼다. 시속 105.1마일(169.1km)로 비거리 389피트(118.6m)를 날아갔다. 발사각은 35도. 다저스의 7-3 승리를 만든 끝내기 만루포로 시즌 40호 홈런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 40-40이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완성된 것이다.
오타니의 40-40은 역대 최소 경기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개인 126경기(팀 129경기) 만에 달성한 기록인데 2006년 워싱턴 내셔널스 알폰소 소리아노의 최소 147경기(팀 148경기)를 무려 21경기나 앞당겼다.
1988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호세 칸세코는 151경기(팀 154경기),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는 152경기(팀 154경기), 1998년 시애틀 매리너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153경기(팀 153경기), 1996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배리 본즈는 158경기(팀 160경기) 만에 달성했다.
시기상으로도 8월에 40-40은 당연히 처음이다. 소리아노는 9월17일, 로드리게스는 9월20일, 아쿠냐 주니어는 9월23일, 칸세코는 9월24일, 본즈는 9월28일에 40-40을 달성했다. 8월24일에 40-40 돌파한 오타니는 종전 5명의 기록자보다 최소 24일부터 최대 35일이나 빨리 넘어섰다. 말도 안 되는 페이스로 메이저리그 새 역사를 썼다.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한 경기에서 40-40, 끝내기 만루 홈런이라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난 항상 각본대로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만약 각본이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오타니는 놀라움을 멈추지 않게 한다. 마치 동화 같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다저스의 시즌은 아직 33경기 더 남아있고, 오타니의 지금 페이스라면 역대 최초 50-50에도 도전할 만하다. 산술적으로 딱 50-50까지 가능한 페이스. 이에 대해 로버츠 감독은 “가능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는 기록이지만 오타니에겐 한 달 넘는 시즌이 남아있다. 오타니라면 어떤 일이든 불가능하지 않다. 오타니는 이 게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고 대기록을 기대했다.
오타니에게 40홈런은 2021년(46개), 지난해(44개)에 이어 3번째라서 크게 놀랍지 않지만 40도루는 2021년 26개를 넘어 처음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메이저리그 전체 2위 기록으로 신시내티 레즈 엘리 데 라 크루즈(60개)만이 오타니보다 많이 도루했다. 도루 실패도 단 4개로 성공률은 오타니(90.9%), 데 라 크루즈(83.3%)보다 훨씬 높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역동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다리 관리를 아주 잘하고 있고, 상대 투수들 (투구 습관에 대한) 공부도 한다. 매우 효율적으로 도루를 한다. 초반보다 성공률이 높아졌고, 이제는 엘리트 베이스 스틸러가 됐다”며 “타석에선 물론 위험한 타자다. 경기에 나가면 언제나 상대에게 위험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