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부임 후 평균자책점 1점대 필승조로 거듭난 김서현(20·한화 이글스)의 영점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김서현은 지난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4차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4볼넷 4실점 난조로 고개를 숙였다.
김서현은 4-2로 앞선 8회말 한승혁에 이어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⅔이닝 1피안타 2볼넷 1사구 3실점(비자책) 좌절에도 마무리 주현상에 앞서 8회말 셋업맨 임무를 부여받았다. 김경문 감독의 김서현을 향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김서현은 이날도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을 만나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무려 10구 승부 끝 볼넷을 내준 게 화근이었다. 직구도 슬라이더도 모두 말을 듣지 않았다. 이어 제러드 영, 양의지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서현은 양석환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김재환 상대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뒤 주현상과 교체되며 씁쓸하게 경기를 마쳤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3km까지 측정됐지만, 제구가 안 되니 무용지물이었다. 이후 강승호의 2타점 역전 2루타, 전민재의 달아나는 1타점 스퀴즈번트가 연달아 나오며 승계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는 불운까지 따랐다.
7월부터 평균자책점 1점대 뒷문지기로 거듭난 김서현은 대거 4점을 헌납하며 평균자책점이 1.48에서 2.92까지 치솟았다. 김서현이 평균자책점 2점대를 찍은 건 7월 21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2.08) 이후 약 한 달 만의 일. 이틀 동안 무려 사사구 7개를 내주며 무너진 결과였다.
서울고를 나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맨이 된 김서현은 데뷔 첫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뒤 2년차인 올해도 대전이 아닌 서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약점인 제구력을 보완하기 위해 팔 각도를 비롯해 투구폼을 바꾸고 또 바꿨는데 최고 160km에 달했던 빠른 구속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잦은 투구폼 변경과 제구 난조로 공에 대한 확신을 잃었던 김서현은 올해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를 만나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7월 월간 평균자책점 0.96으로 전체 1순위 클래스를 회복한 뒤 8월 또한 20일 청주 NC 다이노스전까지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뿌리며 승승장구했다. 한화의 여름 무서운 반등에 힘을 제대로 보탠 김서현이었다.
김서현은 왜 두산을 만나 볼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것일까. 24일 잠실에서 만난 김경문 감독은 “100% 던지면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고 웃으며 “어제(23일) 좋은 내용으로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실점으로 연결됐는데 (김)서현이가 그 동안 너무 잘 막아줘서 기대치가 많이 높아진 거 같다. 1점 주는 건 아무 상관이 없다”라는 시선을 드러냈다.
김서현은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성했지만, 이제 2년차를 맞이한 스무 살의 어린 선수다. 이 또한 성공을 향한 시행착오이며, 고작 2경기에서 영점이 흔들렸을 뿐이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관대한 시선으로 김서현의 성장을 돕고 있다.
김 감독은 “지금 프로야구를 보면 베테랑들도 그렇고 각 팀 승리조들이 점수를 줘서 승패가 결정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나. 김서현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다시 한 번 김서현을 향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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