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1회 만루 홈런을 터뜨리는 등 6타점 원맨쇼를 펼친 ‘국민 거포’ 박병호(삼성 라이온즈 내야수)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지난 24일 대구 롯데전에서 0-4로 뒤진 1회 2사 만루 찬스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나는 바람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박병호.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이날 1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롯데 선발 김진욱과 볼카운트 0B-2S 불리한 상황에서 3구째 슬라이더(128km)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비거리는 115m. 박병호의 만루 홈런은 KT 위즈 시절이었던 지난해 6월 14일 인천 SSG전 이후 438일 만이다.
“사실 어제도 1회 (강)민호 형에 이어 제게 만루 기회가 왔는데 살리지 못했다. 오늘도 민호 형이 아웃된 뒤 부담스러웠는데 다행스럽게 투 스트라이크 이후 실투가 들어와 홈런으로 연결됐다. 대량 득점의 시작을 만들어 다행이다”. 박병호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강민호는 만루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 돌아온 박병호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아무래도 어제 그랬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병호는 5-0으로 앞선 2회 2사 1,3루 찬스에서도 우중간 2루타를 날려 주자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에 “첫 타석에서 변화구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빠른 공을 생각한 게 주효했다. 구장 효과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7-5로 앞선 6회 승부를 결정짓는 우월 3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해결사 역할을 확실히 해주고 있다.
박병호는 “동료 입장에서 봤을 때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좋고 성격도 좋은 거 같다. 폭발력 있는 타격과 제스처가 멋지다”고 했다. 또 “팀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있고 재미있게 야구할 선수가 온 거 같다. 오늘도 중요한 순간 파워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다들 좋아하는 선수가 온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6타점 먹방쇼를 선보이며 10-5 승리를 이끈 박병호는 “저도 삼성에 와서 (팀 승리에) 많은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됐다는 데 스스로 만족한다. 앞으로 이런 경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삼성 덕아웃은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 기세가 좋으니 지도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 박병호는 “분위기가 정말 좋다. 경기에 나가지 않는 투수들도 덕아웃에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저도 나름대로 하고 있다.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기대감도 클 듯. 박병호는 “기대감보다 진짜 조심스러운 건 현재 팀 순위가 되게 타이트하다. 한 번 미끄러지면 큰 일이다. 순위표는 안 보는 편이다. 매 경기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