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방출 한 달 만에 ML 복귀라니…감독 아버지와 눈물 펑펑, 첫 SV까지 "최고의 상태, 내 공에 자신 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8.26 09: 50

KBO리그 LG 트윈스의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우완 투수 케이시 켈리(35)가 방출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 메이저리그에 깜짝 복귀했다. 6년 만의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데뷔 첫 세이브까지 따내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신시내티 레즈 산하 트리플A 루이빌 배츠 소속이던 켈리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깜짝 콜업됐다. 신시내티는 우완 투수 앨런 부세니츠를 양도 지명(DFA) 처리한 뒤 켈리를 메이저리그로 불렀다. 
그리고 이날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8-2로 앞선 7회말 선발투수 줄리안 아귀아르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한 켈리는 3이닝 동안 삼진 2개 잡으며 무실점 퍼펙트 투구로 신시내티의 10-2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케이시 켈리. /신시내티 레즈 SNS

우천 노게임 선언 후 열린 LG 켈리가 고별식에서 관중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4.07.20 /cej@osen.co.kr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지난 2018년 9월2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선발 5이닝 2실점 패전) 이후 무려 6년 만의 메이저리그 등판에서 3이닝 세이브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선 2개의 세이브가 있었다. 
8회말 피츠버그의 한국인 타자 배지환을 2루 땅볼로 처리하는 등 3이닝을 38개의 공으로 효율적으로 끝냈다. 최고 시속 92.3마일(148.5km), 평균 91마일(146.5km) 포심 패스트볼(14개)을 비롯해 슬라이더(10개), 체인지업, 커브(이상 6개), 싱커(2개)를 고르게 구사했다. 
미국 ‘AP통신’도 켈리의 첫 세이브를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켈리는 전날(24일) 트리플A 루이빌 배츠에서 경기를 마친 뒤 감독이자 아버지인 팻 켈리의 호출을 받았다. “토요일(현지시간 25일)에 뭐 할 거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켈리는 “내일 (트리플A에서) 선발 던져야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메이저리그 콜업 소식을 전했다. 갑작스런 소식에 켈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나와 아버지는 몇 초 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울기 시작했고, 나도 울기 시작했다”며 감격의 순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눈물은 금세 말랐다. 곧장 짐을 챙겨 다음날 아침 원정지 피츠버그에 도착한 켈리는 콜업 첫 날부터 구원등판해 3이닝 세이브로 2159일 만의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지난달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이 우천 노게임되면서 빗속에 고별식을 치른 뒤 36일 만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우천 노게임 선언 후 열린 고별식에서 LG 케이시 켈리가 가족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7.20 /cej@osen.co.kr
팻 켈리 감독과 케이시 켈리. /루이빌 배츠 SNS
켈리는 “한 달간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모든 걸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마음속으로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복귀전에서 켈리는 경쟁력을 증명했다. 데이비드 벨 신시내티 감독도 “켈리가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좋은 분위기, 긍정적인 반응이 우리 팀의 특징이다. 우리 팀에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AP통신은 ‘켈리는 2019년 KBO의 LG 트윈스와 계약한 뒤 메이저리그에서 고생했던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패스트볼과 커브에만 크게 의존했던 켈리는 체인지업와 슬라이더를 개발했고, 같은 타자들을 3~4번 상대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LG에서 6시즌 동안 73승48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며 ‘부상으로 황폐해진 투수진에 도움이 필요했던 LG는 7월말 평균자책점 4.51에 그친 켈리를 방출했다’고 KBO리그 활약상과 결별 과정을 전했다. 
LG에서 방출된 켈리는 현역 연장을 결정했고,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뒤 트리플A 루이빌 배츠에 배정됐다. 마이너리그 통산 2000승 경력을 자랑하는 아버지 팻 켈리 감독과 마침내 한 팀이 돼 화제를 모았다. 트리플A에서 2경기를 선발로 던지며 8이닝 4실점을 기록한 뒤 빅리그에 콜업됐고, 6년 만의 복귀전에서 첫 세이브 감격까지 누렸다. 
켈리에겐 큰 자신감이 됐다. 그는 “투구 면에선 내가 원하는 곳에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상태인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 투수로서 내 실력에 자신감이 있다”며 “물론 메이저리그는 정말 어렵다. 최고 중의 최고인 곳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말로 남은 시즌도 계속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시절 케이시 켈리. 2024.07.09 /cej@osen.co.kr
케이시 켈리. /루이빌 배츠 SNS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