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5강 싸움이 그야말로 대혼돈 속으로 빠졌다. 5위 KT 위즈, 6위 SSG 랜더스, 7위 한화 이글스가 1경기 차이로 바짝 붙었다. 4위 두산 베어스도 이제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26일 현재 5위 KT(59승61패2무 승률 .492), 6위 SSG(58승62패1무 승률 .4833), 7위 한화(56승60패2무 승률 .4828)가 불과 1경기 차이로 붙었다. 4위 두산(62승60패2무 승률 .508)도 KT에 2경기, SSG·한화에 3경기 차이로 추격권에 있다.
후반기 흐름상 좋은 팀은 KT와 한화다. 후반기 KT는 21승16패(승률 .568), 한화는 20승16패(승률 .556)로 각각 3~4위에 오르며 상승 무드를 타고 있다. 전반기 마쳤을 때만 하더라도 5위 SSG에 각각 3경기, 3.5경기 뒤진 7위와 9위였지만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SSG와 두산은 후반기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SSG는 17승20패(승률 .459), 두산은 16승21패(승률 .432)로 후반기 각각 7위, 9위에 처져 있다. SSG는 시즌 승패 마진이 -4로 떨어졌고, 전반기 막판까지 2위 다툼을 벌이던 두산은 삼성과 격차가 5경기로 크게 벌어졌다.
4위 두산이 여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4~5위 두 자리를 갖고 최대 4개 팀이 경쟁하는 구도가 될 수 있다.
현재 기세가 가장 좋은 팀은 역시 한화다. 지난 23~25일 잠실 경기에서 19년 만에 두산을 스윕한 한화는 8월 20경기 13승7패(승률 .650)로 월간 승률 2위에 올라있다. 매년 이맘때 순위 싸움에서 멀찍이 떨어져 구경꾼으로 전락했던 한화였는데 올해는 5강 싸움의 한복판에 섰다.
투타 조화가 이뤄지면서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 8월 들어 7회 이후 2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팀 타율 1위(.305)로 경기 후반 집중력도 대단하다. 1~2점차 박빙 승부에서 5승2패로 접전 상황에 힘이 생겼다.
다만 잔여 시즌 26경기로 가장 많이 남은 점이 한화에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하지만 가장 많은 경기 일정으로 인한 체력적 부담을 극복해야 한다. 불펜이 양적으로 풍부하고, 야수진 뎁스도 좋아지긴 했지만 앞서 5년간 시즌 막판까지 긴장감 있는 일정을 소화한 경험이 없다.
경험 면에서 본다면 두산, KT, SSG가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으로 이런 싸움이 익숙하다. 두산은 최근 9년간 8번의 가을야구로 주축 선수들이 그대로 있다. KT는 2020년부터 최근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매년 시즌 후반 강력한 뒷심을 보였다. SSG도 최근 7년간 5번의 가을야구로 경험이 풍부한 팀이다.
그러나 야구는 경험만큼 최근 흐름이나 기세가 중요하다. 두산은 강점이던 불펜이 지쳤는지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그나마 잔여 시즌 20경기로 가장 적게 남아 경기가 6연전 일정이 없는 9월에는 어느 정도 힘을 비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SG도 8월 평균자책점 10위(5.93)로 마운드가 무너졌는데 블론세이브 5개로 가장 많다. 후반기 최다 13번의 역전패로 경기 중후반 버티는 힘이 약해졌다. 투수력이 안정적인 KT도 셋업맨 김민과 마무리 박영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우려되는 요소다.
물고 물리는 상황이라 현재로선 5강을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팀이 5강에 올라가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결국 주축 선수들의 부상 및 체력 관리가 관건이다. 체력 관리는 벤치의 역량이지만 불의의 부상은 운의 영역이란 점에서 그야말로 예측 불가다.
두산은 어깨 통증으로 빠진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의 공백이 어느새 두 달을 넘어섰다. KT는 핵심 내야수 김상수가 지난 23일 문학 SSG전에서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다쳐 미세 골절 의심 소견을 받아 엔트리 말소됐다. SSG도 주전 중견수 최지훈이 지난 21일 잠실 LG전에서 왼쪽 대퇴직근 미세 손상으로 1군에서 이탈해 최소 2주 공백이 불가피하다. 한화도 안치홍(다리), 채은성(허리) 등 주축 선수들의 잔부상이 있어 관리가 필수다.